2026년 3월 22일, 텐센트는 위챗(WeChat) 업데이트를 배포했다. 업데이트 안에는 ‘ClawBot’이라는 새 연락처가 들어 있었다. 채팅 창에서 말을 걸면, AI 에이전트가 직접 일을 처리해 준다. 항공권 예약, 파일 정리, 이메일 발송. 챗봇처럼 답하는 게 아니라, 실제로 화면을 열고 버튼을 누른다.
이 업데이트 하나로 월간 활성 사용자 14억 명이 AI 에이전트를 손에 쥐었다.
AI가 ‘대화’에서 ‘행동’으로 넘어가는 순간
AI 에이전트인 ClawBot은 챗GPT와 다르다. 챗GPT는 질문에 답하는 길잡이 역할을 한다. “항공권 어떻게 예약해?”라고 물으면 방법을 설명해 주는 식이다. 반면 AI 에이전트는 직접 예약한다. 스스로 항공사 사이트를 열고, 날짜를 입력하고, 결제까지 마친다. 수행비서처럼 말이다.
이렇게 에이전트가 결제, 지도, 메일, 파일 등 외부 시스템과 연결되는 통로를 업계에서는 ‘툴(tool)’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2024년 11월 25일, 앤트로픽은 이 연결 방식을 표준화한 MCP(Model Context Protocol)를 오픈소스로 공개했다. 앤트로픽은 “AI용 USB-C 포트”라고 정의했는데 이는 기기 종류 상관없이 케이블 하나로 연결하듯 AI와 모든 소프트웨어를 간편하게 잇겠다는 의지였다.
현재 이 표준에 OpenAI를 비롯해 앤트그룹, 에어비앤비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대거 합류했다. ClawBot이 탑재한 것이 바로 이 에이전트 기술이다. 위챗(WeChat)이라는 거대 플랫폼을 통해, 기술을 모르는 사람도 에이전트를 쓸 수 있게 된 것이다.
“랍스터 키우기” 문화가 된 기술
ClawBot에 탑재된 에이전트 프레임워크의 이름은 오픈클로(OpenClaw). 오스트리아 개발자 피터 스타인베르거(Peter Steinberger)가 2025년 11월 만든 오픈소스 도구로, 로고가 빨간 랍스터다. 중국 사용자들은 에이전트를 설정하고 다듬는 과정을 “랍스터를 키운다(养龙虾)”고 부르기 시작했다.
MIT 비즈니스리뷰는 지난 3월 오픈클로 신드롬이 어느 정도인지 직접 인터뷰를 했다. 선전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셰 만루이(謝滿瑞·36)는 요즘 만나는 사람마다 “랍스터 키웠어?”라는 질문을 듣는다고 했다. 에이전트를 배우고 키우기 위해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사람들이 기꺼이 모이고 있었다. 2월에는 테크 인플루언서 푸 성(傅盛)이 오픈클로를 시연하는 라이브스트림에 2만 명이 몰렸다. 3월에 셰 만루이가 참석한 선전의 자발적 모임 세 곳은 각각 500명 이상이 찾았고, 가장 큰 행사엔 1,000명이 운집했다. 셰 만루이는 이렇게 말했다.
변호사, 의사, 기술 배경이 전혀 없는 분들이 모여서 함께 랍스터를 키우고 있어요.
위챗 통합 직전인 3월 초, 텐센트가 무료 설치 지원 행사를 열었을 때 노인과 어린이까지 포함된 긴 줄이 늘어섰다. 베이징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헨리 리(Henry Li)는 회상하며 이렇게 언급했다.
77세 아버지가 랍스터 설치를 도와달라고 부탁했을 때야 이게 진짜 바이럴이 됐다는 걸 깨달았다.
AI 에이전트 설치가 돈이 되는 시장
열풍은 곧 돈의 흐름을 만들었다. 오픈클로를 설치하려면 터미널 명령어 입력, 개발자 플랫폼 탐색, 별도 기기 세팅이 필요하다. 기술을 모르는 사람에게는 높은 벽이다. 그 벽이 역설적으로 새로운 서비스 시장을 열었다.
타오바오, JD에는 오픈클로 설치 서비스 상품이 수백 개 등록됐다. 가격은 100~700위안(약 2만~13만 원). 오픈클로가 미리 설치된 중고 맥미니와 맥북도 불티나게 팔렸다. 선전의 중고 맥 판매업자 리 궁은 “2주 만에 주문이 8배 늘었다”고 말했다.
개인의 열풍이 확산되자, 중국 지방정부들이 경쟁적으로 뛰어들었다.
선전 룽강구는 오픈클로 기반 1인 기업에 최대 1,000만 위안(약 22억 원)의 보조금과 3년 무상 사무실을 제공한다. 안후이성 허페이를 포함한 20개 이상의 도시가 유사 지원책을 속속 발표했다. 실리콘밸리가 인공일반지능(AGI) 타임라인을 토론하는 동안, 중국 지방정부는 AI 에이전트로 창업하는 사람에게 임대료를 대신 내주고 있는 것이다.
💡 중국이 이렇게 적극적인 이유?
중국의 16~24세 청년 실업률은 2026년 2월 기준 16.1%다. 부동산 침체와 소비 위축으로 경제가 흔들리는 가운데, AI 에이전트 기반 1인 기업 붐은 고용 없이 창출되는 새로운 경제 활동이다.
“오픈클로를 설치하지 마세요”
한편, 오픈클로 열풍에 권한을 맡겼다가 파일을 임의로 삭제하는 등 보안 사고가 잇다르기도 했다. 중국 최대 SNS인 웨이보에서는 “먼저 설치했던 사람들이 이미 탈출(삭제)하기 시작했다”는 해시태그가 인기 검색어 상위권에 올랐다. 설치 유료 서비스가 생겼듯, ‘방문 삭제 유료 서비스’까지 등장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중국 사이버보안 당국 CNCERT는 3월 10일 보안 경고를 발령했고, 중국 최대 국유은행들과 다수의 정부기관이 업무용 기기에 오픈클로를 설치하지 말라는 공문을 보냈다. 군인 가족에게까지 적용되는 곳도 있다.
그러니까 중국은 오픈클로 창업에 수억 원의 보조금을 지급하면서, 정부 네트워크에서는 금지한다. 민간에선 빠르게 확산시키되, 국가 인프라는 지키는 ‘투트랙(Two-Track) 전략’인 셈. 사고가 나도, 금지 공문이 와도, 중국 산업체의 67%는 이미 AI를 실제 생산 환경에 도입해 활용하고 있다. 이는 미국의 두 배를 상회하는 압도적인 현장 배포 속도다.
당면한 AI 에이전트 시대, 어떤 리터러시가 필요할까
그럼 중국의 랍스터 열풍을 어떻게 읽어야 할까.
“허락”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야 한다. 사용자가 에이전트에게 메일함 접근 권한을 줬고, 에이전트는 그 권한대로 행동했다. AI 에이전트 시대에 ‘권한을 준다’는 행위는 과거와 다른 무게를 갖는다. 에이전트가 실제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어떤 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기본 리터러시가 된다.
배포 속도와 이해 속도의 간극을 봐야 한다. 중국에서는 77세 노인도, 기술 배경이 없는 의사도 랍스터를 키우기 시작했다. 기술이 이해보다 빠르게 퍼질 때 어떤 일이 생기는지를 중국이 실시간으로 보여주고 있다. 한국도 같은 속도로 배포가 이뤄질 때 같은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오픈소스”가 “중립”을 의미하지 않는다. 오픈클로는 오픈소스다. 누구나 쓸 수 있다. 그러나 이 도구를 만든 사람은 미국 회사 OpenAI에 합류했고, 이 도구의 표준 프로토콜인 MCP는 미국 기업 앤트로픽이 만들었다. 도구는 공유됐지만, 그 도구의 방향을 결정하는 사람들은 특정 국가와 기업에 집중돼 있다. 에이전트를 쓰는 것과 에이전트를 만드는 것은 다른 위치에 있다는 뜻이다.
FAQ
챗GPT는 질문에 답합니다. 오픈클로는 직접 행동합니다. 파일 정리, 이메일 발송, 결제 처리를 말로 지시하면 에이전트가 실제로 그 작업을 수행합니다. 그래서 더 강력하고, 그래서 더 위험하기도 합니다.
MCP는 에이전트와 외부 시스템을 연결하는 표준 규격입니다. 오픈클로는 그 규격 위에서 에이전트를 만들고 실행하는 도구입니다. MCP가 ‘콘센트 규격’이라면, 오픈클로는 거기에 꽂는 ‘전동드릴’입니다.
에이전트는 기기를 직접 제어합니다. 권한 설정 하나 잘못되면 파일이 삭제되거나 메시지가 사라집니다. 기술적 이해 없이 열풍에 편승한 사용자가 많았던 것도 사고를 키운 이유 중 하나입니다.
최소 권한 원칙이 기본입니다. 에이전트가 실제로 필요한 것만 허락하고, 특히 삭제 권한은 별도로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정리해줘”라고 했을 때 에이전트가 ‘삭제’를 ‘정리’로 해석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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