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가지 질문을 던져보자.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소설가가 AI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밝혔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Darling, how could we develop this beautifully?
자기야, 이걸 어떻게 하면 아름답게 발전시킬 수 있을까?
설레는가. 아니면 뭔가 배신당한 느낌이 드는가. 2026년 5월에 실제로 일어난 노벨 문학상 수상자 이야기다.
AI를 사용한 노벨 문학상 수상자
폴란드 작가 올가 토카르추크는 2018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 실제 시상은 스웨덴 한림원 내부 문제로 2019년에 진행됐다.
2026년 5월, 포즈난에서 열린 행사에서 토카르추크는 신작 소설 집필 과정을 공개했다. 그는 “수십 년 전을 배경으로 한 댄스 장면에서 주인공들이 어떤 노래를 들었을지 AI에게 물어봤다”고 밝혔다. 더 나아가 이렇게 말했다. “문학적 허구에서 이 기술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난 이점이다.”
발언이 알려지자 일부 독자와 작가들은 노벨상 박탈 요구까지 꺼냈다. 거센 비판이 일자 토카르추크는 공식 성명을 냈다. “내 신작의 단 한 글자도 AI가 쓰지 않았다. 자료 조사를 빠르게 하기 위한 도구로만 사용했을 뿐이다.”
여기서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그의 해명은 사실상 많은 작가들이 이미 하고 있는 일을 설명한 것이다. 구글 검색 대신 AI에게 묻고, 사실 확인을 빠르게 하고, 아이디어를 튕겨보는 것. 그런데 왜 노벨 문학상 수상자의 “저도 그렇게 합니다”라는 말이 이토록 큰 파문을 일으킨 걸까.
AI가 터뜨린 문학계 논쟁은 현재진행형
토카르추크 사건은 빙산의 일각이다. 문학계에서는 훨씬 첨예한 충돌이 동시다발로 벌어지고 있다.
수상작이 AI로 쓰였다면?
2026년 커먼웰스 단편소설상 수상작들이 AI 생성 의혹에 휩싸였다. 캐리비안 지역 수상작 “The Serpent in the Grove”를 AI 탐지 도구 Pangram으로 분석한 결과 ‘100% AI 생성’이라는 판정이 나왔다. 같은 시상식의 다른 수상작 두 편도 마찬가지 의혹을 받았다.
저자인 자미르 나지르(Jamir Nazir)는 자신이 직접 썼다고 부인했다. 주최 측은 AI 탐지 도구에 원고를 제출하면 저자 동의 없이 데이터가 넘어간다는 이유로 공식 검증을 거부했다. 수상작을 독점 게재해 온 최고 권위의 문학지 그란타(Granta)도 자체적으로 AI를 활용해 검증을 시도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이 사태가 불편한 이유는 단순히 “AI가 상을 탔을 수도 있다”는 것이 아니다. 증명이 불가능하다는 데 있다. 표절은 원문과 비교하면 된다. 그런데 AI 생성을 증명할 도구는 지금도 오류율이 높고, 법적 효력도 없으며, 사용 자체가 새로운 윤리 문제를 만들어낸다. 문학의 신뢰 체계가 아직 이 문제를 다룰 준비가 안 됐다는 것이다.
1만 명의 작가가 빈 책을 냈다
2026년 3월, 런던 도서전에서 약 1만 명의 작가가 서명한 책 『Don’t Steal This Book』이 배포됐다. 88페이지 가운데 저자 이름이 적힌 페이지를 제외하면 본문은 전부 공백이다. 가즈오 이시구로, 앨런 무어 등 거장부터 신인까지 이름을 올렸다.
빈 책이 전달하는 메시지는 무엇이었을까.
“AI 기업들이 우리 책으로 자기 제품을 만들고 있다. 이게 계속되면 이 책의 빈 페이지가 미래 문학의 모습이 될 것이다.”
영국 정부가 추진 중인 ‘AI 학습 목적의 저작물 무단 활용 합법화’를 직접 겨냥한 것이다.
당시 영국정부는 빅테크 기업이 AI 모델을 학습시킬 때, 저작권자의 동의 없이 가능하도록 하는 개정안을 추진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 시위와 문화계의 거센 반발 덕분에, 영국 정부는 도서전 직후 이 계획을 철회했다.
작가와 독자, 모두가 두려워하는 것
이 논쟁의 핵심은 AI 사용 여부가 아니라 진짜를 구별할 수 없게 됐다는 공포다.
커먼웰스 수상작 의혹에서 보듯, AI 탐지 도구는 아직 결정적이지 않다. 한 작가가 공들여 쓴 문장이 “AI 생성 같다”는 판정을 받을 수 있고, 실제로 AI가 쓴 문장이 인간의 글로 통과할 수 있다. 이 불확실성 안에서 독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두 가지다.
모든 글을 의심하거나, 아니면 작가를 신뢰하거나.
토카르추크가 촉발한 논쟁이 중요한 이유는 그것이 노벨상 수상자에 관한 이야기이기 때문만이 아니다. 최고의 권위를 가진 작가조차 해명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우리는 글쓰기에서 ‘진정성’을 어떻게 다시 정의해야 하는가라는 훨씬 근본적인 질문 앞에 서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답에 대해선 누구도 확신있게 이야기하지 못하는 중이다.
FAQ
2026년 5월 포즈난 Impact’26 컨퍼런스에서 신작 소설에 AI를 활용했다고 밝히며 “문학적 허구에서 AI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난 이점”이라고 말했습니다. 이후 “집필은 전적으로 혼자 했고, AI는 자료 조사용으로만 썼다”고 해명했습니다.
현재 AI 탐지 도구들은 오류율이 높고 법적 효력이 없습니다. 커먼웰스 단편소설상 논란에서 보듯 동일한 글에 대해 탐지 도구마다 결과가 다를 수 있으며, 인간 작가의 문체가 AI 생성으로 오판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AI 기업들이 작가들의 동의나 보상 없이 저작물을 학습 데이터로 사용해왔기 때문입니다. 2026년 런던 도서전에서 1만 명의 작가가 이에 항의하는 빈 책을 배포했고, 작가협회(Authors Guild)는 OpenAI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 소송을 진행 중입니다.
현재 명확한 기준이 없습니다. 출판사마다 입장이 다르고, 문학상 규정에 AI 사용 관련 조항을 갖춘 곳은 극소수입니다. 커뮤니티와 독자의 기대, 법적 기준, 출판 윤리가 아직 정렬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네. 국내 웹소설 플랫폼에서는 이미 AI 문체를 알아챈 독자들이 별점 1점으로 항의하는 사례가 다수 보고됐고, 일부 작품은 논란 이후 연재 중단됐습니다. 출판계 전반의 AI 사용 가이드라인 논의가 이제 막 시작된 상태입니다.
AiLit에서 더 알아보기
구독을 신청하면 최신 게시물을 이메일로 받아볼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