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5월 22일 오전. 스타쉽이 텍사스 보카치카 발사대에서 이륙했다.
12번째 비행 테스트였다. 2단 로켓인 Ship에는 랩터 3(Raptor 3) 엔진 6개가 달려 있었다. 지상용 3개, 진공용(Raptor 3 Vacuum) 3개다. 1단 부스터인 슈퍼헤비가 분리된 뒤, 우주 공간으로 향하는 건 이 Ship이다. 그 중 하나가 발사 36초 만에 꺼졌다. (Space.com, 2026.05.22)
지상 관제팀이 화면에서 이상 징후를 확인하는 데는 몇 초가 걸렸을 것이다. 하지만 제어 시스템은 이미 움직이고 있었다. 나머지 5개 엔진의 연소 시간을 늘려 모자란 추력을 채웠다. 로켓은 계획된 궤도 범위 안으로 들어갔다.
SpaceX 대변인 댄 후옷(Dan Huot)은 “계획된 궤도 진입은 아니지만, 우리가 분석한 범위 안에 있다”고 밝혔다. (Space.com, 2026.05.22)
임무는 성공했다.
왜 사람이 할 수 없나
로켓이 비행 중 균형을 잃기 시작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수십 밀리초다. 1밀리초는 1초의 1,000분의 1이다.
인간의 평균 반응 속도는 약 200밀리초다. 시각 정보를 처리하고 근육을 움직이는 데 걸리는 최소 시간이다. (Human Kinetics Journal 다수 연구 기준)
숫자로만 보면 간단하다. 로켓이 기울어지는 속도가 사람이 인식하는 속도보다 훨씬 빠르다. 아무리 훈련된 조종사라도 손가락을 움직이기 전에 로켓은 이미 잘못된 방향을 향하고 있다.
그래서 로켓 제어를 사람이 직접 하는 건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반응 속도의 문제가 아니라, 물리의 문제다.
제어 시스템이 36초 만에 한 일
엔진 하나가 꺼지는 순간, 제어 시스템은 세 가지를 동시에 처리했다.
첫째, 현재 추력 손실이 얼마인지 계산했다. 둘째, 이 상태로 계속 가면 궤도가 어디로 벗어나는지 예측했다. 셋째, 나머지 5개 엔진을 얼마나 더 오래 태워야 목표 궤도로 돌아올 수 있는지 재계산했다.
이 과정은 자동이었다. 실시간이었다. 지상 허가가 필요 없었다.
스타쉽의 추력벡터제어(TVC, Thrust Vector Control) 시스템은 엔진 각도를 밀리초 단위로 조정한다. 각 엔진은 짐벌(gimbal)이라는 장치로 방향을 바꿀 수 있고, 제어 시스템은 이 각도를 끊임없이 미세 조정하며 자세를 유지한다. (ScienceDirect)
33개 엔진, 왜 이렇게 많이 달았나
스타쉽을 이륙시키는 1단 부스터, 슈퍼헤비(Super Heavy)에는 랩터 3 엔진이 33개 달려 있다. 이번 플라이트 12에서 문제가 생긴 건 2단 Ship의 진공용 랩터 3 엔진 중 하나였지만, 1단과 2단 모두 같은 설계 원칙을 공유한다.
랩터 3 엔진 하나의 추력은 최대 280톤이다. 33개를 합치면 약 9,240톤. 인류가 만든 로켓 중 가장 강한 추력이다. (Orbital Today, 2025.09.27)
엔진을 이렇게 많이 다는 이유가 순전히 힘 때문만은 아니다. 하나가 꺼져도 나머지가 버텨주는 구조, 즉 중복성(redundancy)이 설계에 내장돼 있다.
이건 제어 시스템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설계다. 33개 엔진의 출력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이상이 생기면 즉각 재배분하는 시스템 없이는 엔진이 많을수록 오히려 제어가 어려워진다.
하드웨어의 여유와 소프트웨어의 판단이 함께 작동할 때 로켓이 살아남는다.
이건 우주 얘기만이 아니다
제어 시스템이 엔진 고장에 반응하는 방식은, 사실 일상에서도 작동하고 있다.
자율주행차가 갑자기 끼어드는 차량에 브레이크를 밟는 속도는 사람보다 빠르다. 항공기 자동조종 시스템이 돌풍에 반응하는 속도는 조종사가 느끼기도 전이다. 전력망에서 과부하가 감지되면 차단기가 사람 판단 없이 작동한다.
“사람보다 빠른 판단이 필요한 영역”에서 AI에게 결정권을 넘기는 일은 이미 일상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다만 로켓만큼 극적으로 보이지 않을 뿐이다.
스타쉽 플라이트 12는 그 결정이 실제로 작동한다는 걸 36초 만에 증명했다.
그렇다면 남은 질문은 하나다. 그 결정을 어디까지, 어떤 상황까지 믿을 수 있을까.
FAQ
스타쉽의 제어 시스템은 사전에 정의된 규칙과 실시간 센서 데이터를 결합한 자율 제어 시스템이다. 딥러닝 기반 AI라기보다는 제어 이론(control theory)과 최적화 알고리즘에 가깝다. 다만 실시간으로 상황을 감지하고 스스로 판단·실행한다는 점에서 넓은 의미의 자율 시스템으로 볼 수 있다.
그렇지 않다. 손실이 너무 크거나 비행 안전 범위를 벗어나면 자동 비행 종료 시스템(FTS, Flight Termination System)이 작동해 비행을 강제 중단한다. 제어 시스템의 자율 보정은 손실이 “감당 가능한 범위” 안에 있을 때만 작동한다.
슈퍼헤비는 지구 대기권에서 이륙 추력을 담당하는 1단 부스터다. Ship(스타쉽 2단)은 우주 공간에서 작동하며, 랩터 3 엔진 6개(지상용 3개 + 진공용 3개)를 사용한다. 플라이트 12에서 꺼진 건 Ship의 진공용 랩터 3 엔진 중 하나였다.
현재 기술로는 그렇다. 로켓의 자세 변화 속도가 인간 반응 속도(평균 200밀리초)보다 훨씬 빠르기 때문이다. 우주선 수동 조작은 도킹처럼 느린 기동에서는 가능하지만, 발사·재진입 같은 고속 국면에서는 자동화가 필수다.
실제로 일어났다. 스타쉽 플라이트 9(2025년 5월)에서는 자세 제어 시스템이 엔진 손상으로 제 기능을 못 해 로켓이 통제를 잃었다. 자율 시스템의 판단은 센서 데이터와 사전 설계된 범위에 의존하기 때문에, 예상 밖의 상황에서는 실패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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