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3일, 오픈AI가 생명과학 전용 AI ‘로잘린드(GPT-Rosalind)’를 대폭 업그레이드했습니다. 이번엔 전 세계의 자격 있는 연구기관에 처음으로 문을 열었어요.
신약을 설계하고, 유전자를 분석하고, 단백질을 다루는 도구죠. 말하자면 실험실의 속도를 통째로 끌어올립니다. 이름은 DNA 이중나선 구조를 밝힌 로절린드 프랭클린에게서 땄습니다. 단, 아무나 쓰진 못해요. 안전 관리 체계를 갖춘 기관에만 골라서 접근을 내줍니다. 위험을 의식한 빗장이 처음부터 걸려 있는 거죠.
그런데 바로 그날, 묘한 편지가 한 통 공개됐습니다. 샘 올트먼(오픈AI), 다리오 아모데이(앤트로픽), 데미스 허사비스(구글 딥마인드), 무스타파 술레이만(마이크로소프트 AI). AI를 가장 빨리 미는 사람들이 나란히 서명했어요.
요구는 한 줄이었습니다. “합성 DNA·RNA 주문을 의무적으로 검문하게 해달라.” 한마디로, AI 바이오안보를 위해 합성 DNA 검문을 법으로 강제하자는 겁니다.
발로는 가속 페달을 밟으면서, 정작 의회에는 자신들을 멈춰달라고 한 겁니다. 자기가 만든 걸 자기가 막아달라니. 왜 그랬을까요.
AI 바이오안보, 왜 빅테크가 먼저 나섰나
걱정은 이겁니다. AI가 생물학의 지식 장벽을 빠르게 낮추고 있다는 것. 예전엔 위험한 병원체를 설계하려면 박사급 전문성이 필요했어요. 그 문턱을 지금 AI가 깎아내리고 있습니다. 서한은 “AI가 이미 까다로운 실험실 절차 질문에서 박사급 바이러스학자를 능가한다”고 짚습니다.
문제는 AI 모델 자체를 막기 어렵다는 데 있어요. 지식은 복사되고, 퍼지고, 오픈소스로 풀립니다. 그래서 고른 게 ‘길목’입니다. 위험한 아이디어가 머릿속 설계도에서 끝나지 않고 실제 물질로 바뀌는 마지막 관문. 바로 합성 DNA 주문이죠.
지금은 누구나 온라인으로 DNA 서열을 주문하면 며칠 뒤 우편으로 받습니다. 백신 개발과 기초연구를 폭발적으로 키운 혁신이죠. 하지만 동시에, 악의를 품은 누군가가 위험한 유전자를 손에 넣는 통로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주문 단계에서 위험한 서열을 걸러내자는 겁니다.
AI라는 거대한 흐름을 통째로 막는 대신, 가장 좁은 길목 하나만 검문하자는 거죠. 실제로 미국 상원엔 합성 DNA 검문을 의무화하는 법안이 올라가 있습니다. S.3741, ‘2026년 바이오안보 현대화·혁신법’이에요. 공화당 톰 코튼과 민주당 에이미 클로버샤가 함께 낸 초당적 법안입니다.
합리적입니다. 가장 덜 거슬리면서 효과는 분명한 지점을 짚었으니까요. 그런데 진짜 이야기는 여기서 시작됩니다.
그런데, 그 검문대가 낡았습니다
합성 DNA 검문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들여다보면 문제가 보입니다. 방식은 한마디로 ‘수배 전단 대조’예요. 주문이 들어온 서열이 이미 알려진 위험한 서열과 닮았는지 확인합니다. 천연두든 탄저균이든, 수배 전단에 얼굴이 올라 있으면 걸러내는 거죠.
문제는 가속되고 있는 그 AI가 하는 일이 바로 이겁니다. 얼굴은 전혀 다른데 하는 일은 똑같은 단백질을 무한히 그려냅니다. 알려진 독소와 서열이 안 닮았는데, 기능은 그대로인 변종이에요. 수배 전단 얼굴과 안 닮았으니 검문대를 그냥 통과합니다.
가설이 아닙니다. 지난해 마이크로소프트 연구진이 학술지 《사이언스》에 낸 연구 결과예요. 연구진은 AI 설계 도구로 리신 같은 독소 단백질의 서열만 바꿔봤습니다. 기능은 그대로 둔 채로요. 그리고 그 결과물을 상용·공공 검문 프로그램 네 곳에 넣어봤습니다.
Aclid, RTX BBN의 FAST-NA, IBBIS의 커먼 메커니즘, 바텔의 UltraSeq. 변종들은 처음엔 검문대를 그냥 통과했어요(연구는 컴퓨터 안에서만 이뤄졌습니다). 그래서 연구진은 발표 전 당국과 검문 업체에 미리 알렸고, 보완 패치도 배포됐습니다. 그런데 패치를 입힌 검문대마저 새로 그려낸 수천 개 변종은 여전히 못 걸러냈습니다. 한 번 막으면 또 다른 얼굴이 나오는, 끝나지 않는 술래잡기죠.
검문소를 세운 결정은 옳았습니다. 하지만 검문 기준이 ‘닮은 얼굴 찾기’에 머물러 있어요. 막으려는 기술보다 한 세대 뒤처진 겁니다. 단백질 설계로 2024년 노벨화학상을 받은 데이비드 베이커도 경고합니다. “상동성(닮음)만으로는 부족하다”고요. 기능을 보는 검문으로 옮겨가야 한다는 거죠.
그리고 묘한 그림이 완성됩니다. 생명과학을 가속한 것도 오픈AI 로잘린드. 검문을 의무화해달라고 한 것도 빅테크 공동서한. 그 검문이 이미 뚫린다는 걸 증명한 것도 마이크로소프트. 전부 같은 손에서 나왔습니다. 가속과 경고와 허점 증명이 한 식탁에 앉아 있는 셈입니다.
한국엔, AI 바이오안보 검문대조차 없습니다
미국은 그래도 ‘낡은 검문대라도 일단 의무화하자’를 두고 싸우는 중입니다. 기준을 어떻게 갱신할지, 어디까지 강제할지 다투고 있죠. 검문대가 있다는 전제 위에서의 논쟁입니다.
한국은 어떨까요. 2025년, 한국은 세계 최초로 ‘합성생물학 육성법’을 통과시켰습니다(2026년 전면 시행). 세계 최초라는 수식은 자랑스럽죠. 하지만 이름을 다시 봐야 합니다.
‘육성’법이에요. R&D를 키우고, 공공 파운드리를 짓고, 인력을 기르는 데 초점이 있습니다. 정작 바이오안보, 이중용도 위험, 생명윤리 같은 합성 DNA 검문의 영역은 비어 있어요. 별도의 바이오안보 관리 체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아직 논의 단계입니다.
가속은 세계에서 제일 빨리 법으로 만들고, 안전은 아직 만들지 않은 나라. 미국이 ‘낡은 검문대’를 고치자고 싸우는 동안, 우리는 검문대를 지을지 말지조차 제대로 묻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시민이 던져야 할 질문
오해는 없어야 합니다. 합성 DNA 검문이 뚫린다고 검문이 쓸모없다는 뜻은 아니에요. 길목을 잠그는 발상 자체는 옳습니다. 다만 검문 기준을 막으려는 기술의 ‘지금’에 맞춰야 한다는 것. ‘닮은 얼굴 찾기’에서 ‘같은 기능 찾기’로 옮겨가야 한다는 거죠.
AI가 생명과학을 가속하는 건 거스를 수 없는 흐름입니다. 진짜 질문은 따로 있어요. 능력의 속도와 안전장치의 속도 사이에 벌어진 간격을, 누가 언제 메우느냐.
미국은 적어도 그 간격을 두고 시끄럽게 싸웁니다. 우리는 아직, 간격이 있다는 사실조차 충분히 이야기하지 않았습니다.
FAQ
AI가 생물학 지식 장벽을 빠르게 낮추고 있기 때문입니다. 서한은 AI가 까다로운 실험실 절차 질문에서 박사급 바이러스학자를 능가한다고 짚습니다. 모델 자체는 막기 어려우니, 합성 DNA 검문이라는 길목을 택한 겁니다.
합성 DNA·RNA를 주문할 때 위험한 유전자 서열인지 미리 걸러내는 절차입니다. 누구나 온라인으로 DNA를 주문할 수 있게 되면서, 위험한 서열이 실제 물질로 만들어지는 마지막 길목을 막자는 발상이죠.
지금 검문은 알려진 위험 서열과 ‘닮았는지'(상동성)를 봅니다. 하지만 AI는 서열이 안 닮았는데 기능은 같은 독소 단백질을 만들 수 있어, 검문을 통과합니다. 마이크로소프트 연구진이 2025년 《사이언스》에서 이를 실증했습니다.
없습니다. 2025년 통과한 ‘합성생물학 육성법’은 R&D·인력·파운드리 육성에 초점이 있고, 바이오안보와 이중용도 위험을 거르는 검문 영역은 비어 있습니다. 별도의 바이오안보 체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아직 논의 단계입니다.
미국 상원에 올라간 ‘2026년 바이오안보 현대화·혁신법’입니다. 합성 DNA·RNA 주문 검문과 기록 보관을 의무화하는 내용으로, 공화당 톰 코튼과 민주당 에이미 클로버샤가 초당적으로 발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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