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AI에게 질문하는 동안, 지구 반대편에서는 물이 증발하고 있습니다.
306억 리터. 구글이 2024년 데이터센터에 쓴 물의 양이에요. 올림픽 규격 수영장 1만 2천 개를 채울 수 있는 양입니다. 전년보다 28% 늘었고, 대부분은 AI 서버를 식히는 데 사용됐어요.
같은 해 구글의 탄소배출량은 5년 전보다 48% 급증했습니다. 구글만이 아니에요. 마이크로소프트의 탄소배출은 2020년 대비 약 30% 증가했습니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두 회사 모두 2030년까지 넷제로(Net Zero, 탄소 순배출 제로)를 달성하겠다고 약속했죠. 목표는 유지하고 있지만, 현실은 역행하고 있습니다.
왜 이런 역행이 벌어지고 있을까요?
AI가 커질수록 탄소도 커지는 이유
여러 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가장 큰 변수는 AI예요.
국제에너지기구(IEA, International Energy Agency)에 따르면 AI 서버의 전력 소비는 연평균 30%씩 성장하고 있습니다. 기존 서버의 성장률 9%와 비교하면 3배가 넘는 속도죠. 글로벌 데이터센터 전체의 전력 소비는 2024년 415TWh(테라와트시)에서 2030년 945TWh로, 6년 만에 2배 이상 늘어날 전망이에요.
오해는 하지 말아야 합니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가 넷제로를 포기한 건 아니에요.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모두 재생에너지 투자를 대폭 늘리고 있고, 탄소 상쇄 프로그램도 확대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AI 수요의 성장 속도가 재생에너지 전환 속도를 앞질러버렸다는 거예요.
삼일PwC는 “AI는 전기를 먹고 자란다”고 표현했어요. 정확한 비유입니다. AI 모델은 더 커지고, 더 자주 호출되고, 더 많은 전력을 소비하고 있어요. AI가 소비하는 전력이 재생에너지에서 나오지 않는 한, AI가 성장할수록 탄소도 함께 성장합니다.
내 AI 질문 하나, 전력은 얼마나 들까
여기서 한 가지 팩트를 짚어볼게요.
“ChatGPT 질문 한 번이 구글 검색의 10배 전력을 소비한다”는 이야기, 들어보셨나요? 2023년에 널리 퍼진 주장인데요. 에포크AI(Epoch AI)가 2025년 2월에 발표한 분석에 따르면, 이 주장은 과대추정이었어요.
GPT-4o 기준 쿼리 한 번에 소비되는 전력은 약 0.3Wh(와트시)입니다. 구글 검색 한 번과 비슷한 수준이에요. “10배”라는 숫자는 2023년 당시의 구형 칩을 기준으로 한 추정치였고, 이후 하드웨어 효율이 빠르게 개선된 겁니다. 단, 긴 입력(10만 토큰, 약 200페이지 분량)을 처리할 경우 최대 40Wh까지 올라갈 수 있어요.
0.3Wh면 LED 전구를 약 2분 켜는 수준입니다. 별것 아닌 것 같죠?
그런데 ChatGPT의 하루 사용자는 수억 명이에요. 구글, 메타, 아마존까지 합치면 전 세계에서 매일 수십억 건의 AI 쿼리가 처리되고 있습니다. 쿼리 하나는 미미하지만, 쿼리의 총량은 막대해요. IEA가 2030년 데이터센터 전력을 지금의 2배 이상으로 전망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개별 AI 쿼리의 전력 소비는 미미하고, 전체 AI 쿼리의 전력 소비는 막대하다. 이 역설이 AI 전력 문제의 핵심이에요.
재생에너지 꼴찌 한국, AI 전력은 8배로 늘었다
지금 한국 사회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 중 하나는 고유가입니다. 미국과 이란의 군사 충돌이 장기화되면서 두바이유가 배럴당 72달러에서 103달러 수준으로, 40% 넘게 뛰었어요.
OECD는 한국의 2026년 성장률 전망을 2.1%에서 1.7%로 내렸는데, 주요국 중 하락폭이 가장 컸습니다. 왜 한국이 유독 취약할까요? 한국의 에너지 수입 의존도는 93.7%입니다. 수입 원유의 약 70%를 중동에서 가져오고 있어요. 위기 때마다 ‘수입선 다변화’를 외치지만, 위기가 지나면 다시 중동으로 돌아가는 패턴이 수십 년째 반복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한 가지 숫자를 더 보겠습니다. 한국의 1차 에너지 기준 재생에너지 비중은 3.6%예요. OECD 평균 14.9%의 4분의 1도 안 되는, OECD 회원국 중 최하위입니다. 발전량 기준으로는 2024년 처음으로 10%를 넘었지만, 여전히 OECD 바닥권이에요. RE100(재생에너지 100% 전환 캠페인)에 가입한 한국 기업의 40%가 재생에너지를 충분히 조달하지 못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있습니다.
이 구조 위에 AI 데이터센터가 올라타고 있어요.
한전에 접수된 데이터센터 전력사용신청은 2023년 906MW에서 2027년 7,343MW로, 4년 만에 8배 폭증했습니다. 향후 5년간 신규 데이터센터 150곳이 건설될 예정이에요. 필요 전력은 대형 원전 6~7기에 해당하는 9.4GW입니다. 이 중 약 70% 이상이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석유에 묶인 에너지 체질, OECD 최하위 재생에너지, 그리고 폭증하는 AI 인프라 전력 수요. 이 세 가지가 동시에 겹치는 나라는 OECD 안에서 한국이 거의 유일해요.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가 “데이터센터를 재생에너지로 돌리겠다”고 약속해도, 한국에서는 돌릴 재생에너지 자체가 부족한 겁니다.
한국 데이터센터는 숫자조차 공개하지 않는다
한 가지 더 짚어볼게요.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는 환경보고서를 냅니다. 자발적 공개이고 자기 보고라는 한계는 있지만, 물 사용량, 탄소배출량, 재생에너지 비율 같은 숫자를 매년 공개하고 있어요. 그래서 우리가 “구글 탄소배출 48% 증가”를 알 수 있는 거죠.
한국의 데이터센터는요? 전력 사용량이나 온실가스 배출량을 의무적으로 공개할 제도가 없어요. 국내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 6곳 중 전력사용량을 공개하는 기업은 LG CNS 단 한 곳뿐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한국 데이터센터가 전력을 얼마나 쓰고 있는지조차 정확히 파악되지 않는 거예요.
AI를 안 쓸 수는 없어요. 이미 검색도, 번역도, 업무도 AI 위에서 돌아가고 있으니까요. 문제는 “쓴다/안 쓴다”가 아니라, 우리가 쓰는 만큼의 비용이 어디서 발생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느냐는 거예요.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는 적어도 숫자를 공개합니다. 불완전하지만, 공개하니까 검증이 가능해요. 한국의 데이터센터는 그 출발선에도 서지 못했어요.
AI 리터러시는 프롬프트 잘 쓰는 법만이 아닙니다. 내 질문 하나가 어디서, 얼마만큼의 전력과 물로 처리되는지 감각하는 것. 그게 이 기술과 오래 함께 살아가는 방법이에요.
FAQ
구글의 2024년 탄소배출은 5년 전보다 48% 늘었고, 구글 데이터센터 물 사용은 306억 리터로 전년 대비 28% 증가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탄소배출도 2020년 대비 약 30% 증가했어요. IEA(국제에너지기구)에 따르면 글로벌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는 2030년까지 945TWh로 2배 이상 늘어날 전망입니다.
에포크AI(Epoch AI)의 2025년 분석에 따르면, GPT-4o 기준 쿼리 한 번에 약 0.3Wh로 구글 검색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구글 검색의 10배”라는 기존 주장은 2023년 구형 칩 기반의 과대추정이었어요. 다만 긴 입력(10만 토큰)을 처리할 경우 최대 40Wh까지 올라갈 수 있습니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모두 2030년 넷제로(Net Zero) 목표를 유지하고 있고, 재생에너지 투자도 확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AI 수요 급증으로 실제 탄소배출은 오히려 늘고 있어, 넷제로 목표 달성 여부는 불확실해요.
한국의 1차 에너지 기준 재생에너지 비중은 3.6%로 OECD 회원국 중 최하위입니다(OECD 평균 14.9%). 발전량 기준으로는 2024년 처음 10%를 넘었지만, 한국은 여전히 OECD 하위권에 머물러 있어요.
현재 한국에는 데이터센터의 전력 사용량이나 온실가스 배출량을 의무적으로 공개하도록 하는 제도가 없습니다. 국내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 6곳 중 전력사용량을 공개하는 기업은 LG CNS 1곳뿐이에요.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글로벌 기업은 자발적으로 환경보고서를 공개하고 있지만, 한국 데이터센터의 환경 정보는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습니다.
AiLit에서 더 알아보기
구독을 신청하면 최신 게시물을 이메일로 받아볼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