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4월 27일 아침,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가 한 줄짜리 성명을 냈다. 마누스(Manus) 프로젝트에 대한 외국인 투자를 금지하고, 관련 당사자들에게 인수 거래를 즉시 철회하라는 내용이었다. 이유 없음. 협상 여지 없음. 20억 달러 이상으로 알려진 거래가 그 한 줄로 무효가 됐다.
메타(Meta)는 지난해 12월 마누스를 인수하면서 조건을 명확히 했다. “중국 측 지분은 더 이상 없을 것이며, 마누스는 중국 내 서비스 및 사업 운영을 중단할 것이다.” 마누스의 법인은 이미 싱가포르에 있었다. 직원 100명 이상이 메타의 싱가포르 오피스로 이동했으며 중국 모회사 베이징버터플라이이펙트기술(Beijing Butterfly Effect Technology)은 폐쇄 절차 중이었다. 법인의 소재지, 운영의 중심, 인력의 위치 등 표면적으로는 싱가포르 회사였다.
그런데 중국은 막았다.
중국 상무부가 1월 심사를 시작하며 공론화한 핵심 질문은 이것이었다. “이전되는 자산이 재래식 제품이 아니라, 중국에서 설립되고 중국에서 훈련된 조직에 내재된 팀, 시스템, 운영 노하우일 때, 이것은 기술 수출인가?” 어떤 국가의 법체계도 이 질문에 아직 확정된 답을 내놓지 못했다. 마누스 사건은 그 공백에 공권력이 처음으로 직접 개입한 사례다.
마누스는 기술 수출인가?
기술 수출 통제 사건을 보면 언제나 물건이 우선이었다. 코드, 특허, 칩 설계도, 정밀 제조 공정 같은 것들은 파일로, 증서로, 문서로 이전된다. 물건에는 경계가 있고 경계가 있어야 통제할 수 있다. 미국은 2025년 이후 수출관리규정(EAR) 개정으로 AI 통제 범위를 반도체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와 모델 가중치(weights)까지 확장했다. 중국도 2020년 수출통제법과 2024년 개정 이중용도품목 목록에서 핵심 AI 알고리즘을 제한 수출 기술로 분류하고 기술 수출 허가와 데이터 국외 이전 보안 평가를 의무화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영역까지 수출을 통제하기 시작한 것이다.
마누스가 이전하려 한 것은 코드 파일이 아니었다. 대표인 샤오훙(Xiao Hong)이 어떤 문제에 어떻게 접근했는지, 지이차오(Ji Yichao)가 어떤 알고리즘 전략을 선택해 왔는지, 그 팀이 수백만 건의 이용자 상호작용을 통해 쌓은 직관과 판단력. 이것은 어떤 파일에도 완전히 담기지 않는다. 하지만 팀이 이동하면 이 모든 것도 이동한다.
이것을 수출이라고 부를 수 있는가? 기존 법률의 문언으로는 아직 아니다. 기술 수출 통제법에서 기술은 유형 자산이나 명시적 기술 정보를 전제로 설계됐다. 그러나 현실에서 무형 자산은 이미 수출되고 있었다. AI 분야에서 팀의 이동은 곧 암묵지(tacit knowledge)의 이동이다. 암묵지는 경험, 훈련, 실패 등으로 얻은 말로 옮기기 어려운 지식을 말한다. 이 지식이 국경을 넘을 때, 국가 안보와 기술 주권에 관심 있는 정부가 이 이동을 단순한 인재 유출로 볼 것인가, 아니면 규제 대상 기술 이전으로 볼 것인가. 마누스 사건은 공권력이 이 선택에 대해 처음으로 결과를 내린 사건이었다.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의 문제
이 사건에는 법적 쟁점 이전에 사람이 있다. 중국 당국은 3월, 마누스 CEO 샤오훙과 수석 과학자 지이차오를 베이징으로 불러들인 뒤 출국금지를 부과했다. 두 사람은 이미 싱가포르에서 메타 직원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마누스의 모회사가 싱가포르로 법인을 이전한 것은 중국계 스타트업 사이에서 표준 전략이었다. 바이트댄스(ByteDance)와 쉬인(Shein)이 그 앞을 걸었다. 미국 투자자들에게는 중국 기업이 아닌 것처럼, 중국 규제에서는 벗어난 것처럼 보이게 하는 구조다. 업계는 이것을 ‘싱가포르 와싱(Singapore washing)’이라고 부른다. 싱가포르는 이 긴장의 중립지대로 오랫동안 기능해왔다.
마누스 사건은 그 중립지대에 금이 갔음을 보여준다. 싱가포르 소재 AI 기업 자문가 마티아스 헨드리크스는 CNBC에서 이렇게 말했다. “단순한 재등록으로는 부족하다. 팀 전체가 이전해야 하고, 고객 기반이 이전돼야 하고, 초기 중국 투자자들이 포지션을 청산해야 비로소 신뢰 가능한 구조조정이 된다.” 베이징의 법률가 위안 차오는 더 직접적으로 말했다. “기업이 어디서 제품을 만들었느냐가 지주회사가 어디 등록돼 있느냐보다 더 중요하다.”
NDRC가 만든 새 레드라인은 이전까지 어떤 기관도 공식으로 그어본 적 없는 선이다. TNW의 분석이 정리한 대로 이번 결정은 마누스 사건을 단순한 뉴스로 남기지 않는다. 중국이 AI 인력과 기술의 국외 이전에 관한 새 규제 프레임워크를 공식화하는 기초 사건으로 만들었다. 실제로 이 사건을 계기로 중국 당국은 주요 AI 스타트업들에게 정부 사전 승인 없이는 미국 자본을 유치하지 말라고 이미 지시했다. 문샷AI(Moonshot AI), 스텝펀(StepFun) 등이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스탠퍼드 2026 AI 인덱스는 미중 AI 성능 격차가 2023년 두 자릿수에서 2026년 3월 기준 2.7%까지 좁혀졌다고 보고했다. 미국은 첨단 모델 개발에서 앞서 있지만, 중국은 AI 논문, 특허, 산업 적용 규모에서 미국을 압도한다. 이 수치가 뜻하는 것은 분명하다. 하드웨어 통제만으로는 이 경쟁을 더 이상 결정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베이징에서 자리를 잡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은 통제하는 대상을 확장할 수 밖에 없었다. 반도체에서 알고리즘으로, 알고리즘에서 인재로. 이 이동은 기술 주권 경쟁이 점점 더 사람을 향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사람은 물건이 아니다. 수출 허가 대상 파일이 아니다. 그 사람들이 담고 있는 것은 어떤 문서에도 완전히 옮겨 담기지 않는 경험과 직관이다. 법이 ‘기술 수출’을 어떻게 정의하든, 한 팀이 수십억 달러의 가치를 지닌 이유가 그들이 쌓은 암묵지에 있다는 건 부정하기 어렵다. NDRC는 그것을 끝내 인정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아니 반드시 출국금지 시켜야 했다.
메타가 인수 대금을 어떻게 회수할지 마누스 팀이 싱가포르에서 계속 운영될 수 있을지 창업자들의 출국금지가 언제 해제될지는 아직 모른다. 그러나 이 사건이 새로 그은 경계는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AI 시대의 기술 주권 경쟁은 칩과 코드를 넘어, 이제는 사람의 이동을 둘러싼 싸움이 됐다.
FAQ
2022년 중국에서 설립된 AI 에이전트 스타트업이다. 웹 브라우저 조작, 코드 실행, 파일 관리 등 복잡한 다단계 작업을 사람의 개입 없이 자율적으로 수행하는 범용 AI 에이전트를 개발했다. 2025년 초 데모 공개 후 “중국판 딥시크(DeepSeek) 모멘트”라는 평가를 받으며 주목받았고, 같은 해 중반 싱가포르로 법인을 이전했다. 2025년 12월 메타가 20억 달러 이상에 인수했으나 2026년 4월 중국 NDRC가 거래를 금지했다.
중국 당국은 마누스의 법인 소재지가 아니라 기술의 개발지를 근거로 삼았다. 핵심 AI 알고리즘이 중국에서 개발됐고, 베이징 법인 두 곳이 여전히 운영 중이었으며, 기술 수출 허가와 데이터 국외 이전 보안 평가라는 의무 절차가 이행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중국 수출통제법은 핵심 AI 알고리즘을 제한 수출 기술로 분류하고 있어, 법인을 해외에 두더라도 기술이 중국에서 개발됐다면 이전 시 허가가 필요하다는 논리다.
기존 기술 수출 통제법은 코드, 특허, 설계도처럼 문서로 이전 가능한 유형 자산을 전제로 설계됐다. 그런데 AI 스타트업의 핵심 가치는 팀이 쌓은 암묵지(tacit knowledge) — 수백만 건의 이용자 상호작용을 통해 체화된 판단력과 직관 — 에 있다. 이것은 파일로 이전되지 않지만 팀이 이동하면 함께 이동한다. 이 이동이 기술 수출인지, 단순한 인재 이동인지는 세계 어느 법체계도 아직 확정하지 못한 질문이다. 마누스 사건은 그 공백에 공권력이 처음으로 직접 개입한 사례다.
중국계 스타트업이 미국 투자 유치와 중국 규제 회피를 동시에 노리고 싱가포르에 법인을 이전하는 전략을 가리키는 업계 용어다. 바이트댄스, 쉬인이 대표 사례다. 그러나 마누스 사건에서 중국 당국은 “법인이 어디 있느냐”가 아니라 “기술을 어디서 만들었느냐”를 기준으로 삼았다. 법률 전문가들은 진정한 구조조정을 위해서는 팀 전체 이전, 고객 기반 이전, 초기 중국 투자자 포지션 청산이 모두 이루어져야 한다고 본다. 싱가포르 재등록만으로는 더 이상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 이번 사건이 확인한 사실이다.
직접적 영향은 거의 없다. 한국 기업은 중국 수출통제법 관할 밖에 있다. 그러나 구조적 함의는 있다. 첫째, 핵심 기술을 특정 국가에서 개발한 스타트업이 법인만 해외에 두는 구조는 유사한 리스크를 안을 수 있다. 둘째, 미국 기업이 한국계 AI 스타트업을 인수할 때 기술 개발지와 법인 소재지의 불일치가 새로운 실사(due diligence) 항목이 될 가능성이 높다. 셋째, AI 냉전이 하드웨어에서 인재로 전선을 이동하면서, 한국처럼 미중 사이에서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해온 나라의 기업들도 소속을 명확히 해야 하는 압력이 커질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