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2026년 6월 9일, 전 관계사의 모든 업무에 AI를 전면 도입하는 ‘AI 대전환(AX)‘을 공식 발표했다. 이번 발표에서 정작 눈여겨볼 대목은 압도적인 투자 규모가 아니다. 바로 전 관계사 사장단 50여 명이 ‘직접’ AI 교육을 받는다는 점이다.
삼성은 6월 중 전 관계사 사장단을 대상으로 ‘AX 부트캠프(AX Boot Camp)’를 진행한다. 그룹 최고 경영진 전체를 대상으로 한 AI 집중 교육은 삼성 역사상 이번이 처음이다.
CEO의 AI 문해력이 AX의 성패를 결정한다.
수십 년간 “AI는 IT 부서나 개발자들의 영역”이라 치부했던 대기업 관행을 깨고, 최고 경영진의 AI 이해도가 조직 전체의 생존을 가른다고 공식 인정한 셈이다.
왜 리더가 직접 써야 하나
기업이 야심 차게 도입한 AI가 결국 흐지부지되는 이유는 조직 내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대개 두 가지 고질적인 걸림돌 때문이다.
- 현장 직원의 외면
현업은 늘 바쁘다. “새 도구 배울 시간이 없다”, “잘못 쓰면 보안이나 프로세스상 혼만 난다”, “어차피 윗사람도 안 쓰는데 굳이?”라는 인식이 팽배해진다. - 리더의 무지
AI가 구체적으로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 직접 경험해본 적이 없으니, 실무진에게 “우리도 AI 좀 적극적으로 활용해봐”라는 공허한 지시밖에 못 한다. 명확한 방향성이 없으니 조직은 표류할 수밖에 없다.
삼성의 경우, 이 고리를 끊기 위해 교육 방식을 완전히 바꿨다. 강의를 수동적으로 듣는 데 그치지 않고, 사장단이 ‘AI를 활용한 각 사 업무 프로세스 혁신 방안’을 직접 도출하고 발표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알지도 못하면서 방향을 아는 척하는 게 아니라, 몸으로 직접 익히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먼저 교육을 이수한 한 임원의 고백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AI를 체계적으로 배우면 이렇게 쉽고 또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에 솔직히 놀랐습니다. 현업에서 일하는 방식을 즉각적이고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절박함과 위기감을 느꼈습니다.
이는 비단 삼성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만약 당신이 속한 조직의 리더가 AI를 단 한 번도 직접 써본 적이 없다면, 그 팀의 혁신은 이미 멈춰 있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리터러시 관점의 맹점이 있다
1. ‘기능적 숙련(Skill)’과 ‘비판적 리터러시(Literacy)’의 혼동
삼성이 진행하는 ‘AX 부트캠프’는 리더들이 AI 툴을 직접 만져보고 결과물을 내는 ‘기능적 경험’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하지만 진정한 리터러시는 단순히 도구를 다루는 기술(Skill)이 아니다. AI가 내놓은 결과물의 편향성을 걸러내고, 거짓 정보(Hallucination)를 검증하며, 그 결과물이 가져올 리스크를 판단하는 ‘비판적 사고력’이 리터러시의 본질. 속성 교육이 리더들에게 “나 이제 AI 좀 쓸 줄 안다”는 착각(과도한 자신감)을 심어준다면, 오히려 조직적인 검증 절차를 무력화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2. ‘성과 중심적 효율성’이 가리는 윤리적·법적 문해력
삼성이 Gemini, ChatGPT, Claude를 동시에 도입하며 ‘업무별 최적화’를 강조한 것은 지극히 실용적인 접근이다. 그러나 기업 리더의 AI 문해력에는 저작권 문제, 데이터 프라이버시, AI 생성물의 윤리적 책임에 대한 깊은 이해가 포함되어야 한다. “생산성이 이만큼 올랐다”는 정량적 지표에만 취해 있다 보면, 기업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데이터 유출이나 저작권 소송 같은 ‘보이지 않는 비용’을 놓치기 쉽다.
3. 위에서 아래로의 압박(Top-down)이 만드는 가짜 리터러시
“CEO가 쓰기 시작하면 조직이 움직인다”는 논리는 효율적이지만 위험할 수 있다. 사장단이 직접 결과물을 발표하는 정치적 이벤트는 실무진에게 “AI를 활용한 혁신 보고서를 무조건 만들어내야 한다”는 또 다른 업무 압박으로 다가올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대기업들이 ‘6시그마’, ‘블록체인’, ‘메타버스’ 열풍 때 그랬듯, 본질적인 업무 혁신보다는 ‘AI를 사용한 것처럼 보이기 위한’ 장식용 보고서와 보여주기식 성과가 양산될 수 있다. 진정한 리터러시는 자발적인 탐색과 실패의 용인에서 자라나는데, 이러한 속도전은 오히려 현장의 숨통을 막고 ‘가짜 AI 활용’을 유도할 수 있다.
그럼에도 시사하는 것
삼성의 이번 발표에는 시사하는 바가 있다. AI가 무엇을 할 수 있느냐는 의외로 중요하지 않다. 그걸 실제로 다룰 줄 아는 사람, 제대로 읽을 수 있는 사람이 조직 내에 얼마나 포진해 있는지가 훨씬 중요하다. 거창한 디지털 전환을 기다릴 필요 없이, 지금 당장 시작할 수 있는 행동 지침을 살펴보자.
- 오늘 업무 중 하나를 무조건 AI와 함께해라
보고서 초안 작성, 이메일 답장, 복잡한 데이터 정리 등 무엇이든 좋다. 한 번이라도 제대로 프롬프트를 입력해 결과를 얻어본 사람과, 구경만 한 사람의 이해도는 하늘과 땅 차이다. - 팀 내에서 ‘먼저 쓰는 사람’이 되어라
리더가 쓰기 시작하면 팀 전체가 바뀌지만, 반대도 가능하다. 팀원 중 누군가 AI를 압도적으로 잘 쓰기 시작하면, 그 사람이 결국 팀의 업무 방식을 리드하고 실질적인 방향을 결정하게 된다. - ‘AI 문해력’을 생존 스펙으로 인식해라
최고 경영진 교육에 ‘문해력(Literacy)’이라는 단어를 선택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과거에 글을 읽고 쓰는 능력이 삶의 기본 기준이었듯, 이제는 AI를 다루고 소통하는 능력이 비즈니스의 새로운 기본 표준(Standard)으로 자리 잡고 있다.
FAQ
DX(Digital Transformation)가 아날로그 프로세스를 디지털로 바꾸는 것이었다면, AX는 이미 디지털화된 프로세스를 AI로 자동화하고 최적화하는 것입니다. 핵심 차이는 ‘사람이 판단하는 과정’에 AI가 개입한다는 점입니다.
각 AI마다 강점이 다릅니다. 코드 작성, 긴 문서 분석, 실시간 검색 등 업무 유형에 따라 적합한 도구가 다르기 때문에 하나로 고정하지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삼성은 직무별 특성을 고려해 운영 정책을 별도로 마련 중입니다
개념부터 공부하기보다 실제로 써보는 것이 가장 빠릅니다. ChatGPT나 Claude에서 오늘 처리한 업무 하나를 대신 시켜보세요. 잘 되는 부분과 안 되는 부분을 직접 경험하는 것이 어떤 강의보다 빠른 학습입니다.
삼성은 전 직원 교육을 2026년 내 완료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교육을 기다리기보다, 지금 당장 혼자 시작하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교육이 도달할 때 이미 잘 쓰고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격차는 클 것입니다.
거의 확실합니다. 삼성의 행보는 국내 대기업들의 벤치마크가 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미 SK, LG 등 주요 그룹도 AI 도입을 가속화하고 있으며, 삼성의 공식 선언은 업계 전반의 속도를 높이는 신호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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