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1일, 한 회사가 조직 하나를 새로 만들었습니다. 그러자 헤드라인이 쏟아졌어요. “한국형 팔란티어”, “한국판 팔란티어 도전장”, “K-팔란티어 선점 경쟁”. 네이버클라우드가 국방 인공지능을 전담하는 태스크포스를 출범시켰고, 김유원 네이버클라우드 대표가 직접 총괄을 맡았다는 소식이었습니다.
기사들의 톤은 대체로 밝았어요. 차세대 성장 동력, 데이터 주권, 고속 성장하는 AI 방산 시장. 네이버가 드디어 그 시장에 뛰어들었다는 거죠.
그런데요. 우리가 이렇게 환하게 부르는 ‘팔란티어’가 정작 어떤 회사인지, 그 이름을 붙이기 전에 한 번쯤 들여다본 적 있나요?
팔란티어가 실제로 하는 일
‘팔란티어(Palantir)’는 미국의 데이터 분석·AI 인프라 기업이에요. 고담, 파운드리, 메이븐 같은 소프트웨어로 위성과 드론 영상, 첩보처럼 흩어진 정보를 빨아들여 하나의 표적 좌표로 압축해 내놓습니다. 직접 무기를 만들지는 않아요. 대신 ‘탐지와 행동 사이의 시간을 압축하는’ 소프트웨어를 만듭니다.
정작 중요한 건 이 기술이 어디에 쓰였느냐예요. 팔란티어의 시스템은 가자, 이란, 레바논에서 군사 표적을 식별하는 데 쓰였고,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의 추방 작전 시스템에도 들어갔습니다. 2026년에는 미군이 메이븐을 핵심 AI 운용 체계로 공식 채택하면서, AI 기반 군사 감시가 제도의 한복판으로 들어왔어요.
OECD가 운영하는 AI 인시던트 데이터베이스에는 팔란티어 시스템이 실제 민간인 피해와 인권 침해에 연루된 사례가 여러 건 올라 있습니다. CEO 앨릭스 카프(Alex Karp)가 내놓은 공개 선언문을 두고는 “테크노파시즘”이라는 비판까지 나왔고요. 그 사이 주가는 폭등했어요. 2026년 6월 기준으로 최근 3년 새 약 17배 올랐습니다.
팔란티어는 ‘현대전의 운영체제’라 불리는 회사예요. 그 명성은 사람을 더 빠르게 표적으로 만드는 능력에서 나옵니다. 한국 언론이 성장 스토리로 띄우는 그 이름이, 다른 곳에서는 감시와 살상 표적화, 인권 침해와 묶여 있는 이름이라는 뜻이죠.
‘한국형 팔란티어’라는 말은 누가 꺼냈나
흥미로운 건, 정작 네이버는 스스로를 “팔란티어”라고 부른 적이 없어요. 네이버클라우드 관계자는 “데이터 주권이 보장되는 기술로 국방 분야 신사업 기회를 개척하겠다”고 했고, 인프라부터 서비스까지 자체 기술로 제공하는 ‘풀스택 AI’를 강조했습니다. 자국 AI로 안보 데이터를 지킨다는 ‘소버린 AI’ 명분이에요.
네이버에 “한국형 팔란티어”라는 이름을 붙인 건 언론입니다. 그런데 ‘K-팔란티어를 키우자’는 말은, 사실 정부 안에서 먼저 나왔어요. 심승배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국방안보분과장은 3월에 “국방 AX에 국내 기업을 적극 참여시켜 글로벌 경쟁력 있는 방산기업 ‘K-팔란티어’ 육성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같은 시기 중소벤처기업부와 방위사업청은 2030년까지 방산 스타트업 100개사를 키워 ‘한국판 팔란티어’를 만들겠다는 육성 방안을 내놨고요.
이 비유에는 그럴듯한 근거도 있어요. 네이버의 새 조직이 고객 현장에 직접 들어가 AI 시스템을 설계하는 ‘FDE(Forward Deployed Engineer·전방 배치 엔지니어)’ 방식을 앞세운 것으로 알려졌는데, 팔란티어가 쓰는 사업 모델과 닮았습니다.
문제는 따로 있어요. 같은 이름인데 번역이 정반대거든요. 미국에서는 인권 논란의 대명사인 이름이, 한국에서는 정부가 앞장서 따라잡자고 하는 성공 모델이 됐습니다.
팔란티어를 ‘성장 동력’이라 부르는 순간, 그 기술이 무엇을 더 빠르게 만드는지, 그 빠름이 누구에게 어떤 결과로 돌아가는지, 그런 질문이 함께 지워져요. 비즈니스 헤드라인은 ‘시장’을 말하지 ‘표적’을 말하지 않으니까요.
네이버만의 일이 아니다
한 걸음 물러나 판 전체를 볼게요. 네이버의 행보는 혼자 튀는 사건이 아니에요.
정부는 2026년을 “국방 AX(AI 전환) 원년”으로 선언했습니다. 원종대 국방부 차관보는 3월 한 포럼에서 “미국과 이란의 전쟁을 통해 AI 기반 전력 지원 체계가 전쟁의 승패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며 국방 전반에 AI 지휘체계 도입을 서두르겠다고 밝혔어요.
국방AI위원회 신설, 군 전용 데이터센터 구축, 민간 AI를 군에 빠르게 들이는 ‘AX-스프린트’ 사업까지 나왔습니다. SK텔레콤은 국방부와 군 전용 AI 모델 협약을 맺었고, 국방 AI 인재 양성에 100억 원 규모 사업이 걸렸어요. 빅테크와 통신, 게임, 방산 기업이 군 AI 시장으로 일제히 모이고 있습니다.
한 장면을 짚고 갈게요. 4월, 임문영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상근 부위원장이 부산 해군작전사령부를 찾아 고위급 간담회를 열었어요. ‘대한민국 AI 행동계획’ 실행을 위한 군 작전부대 첫 현장 방문이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그는 “팔란티어 같은 기업을 탄생시키기 위해” 군 도메인 전문가들이 기업과 협업할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고, 그 본보기로 메이븐스마트시스템(MSS)을 들었어요.
그 메이븐이, 앞에서 본 바로 그 메이븐입니다. 가자와 이란에서 표적을 식별한 그 시스템이요. 정부의 AI 전략을 이끄는 인사가, 인권 논란의 한복판에 선 시스템을 따라야 할 성공 사례로 공식 석상에서 든 거예요.
방향 자체를 부정할 일은 아니에요. 안보 환경이 데이터 중심으로 바뀌는 건 현실이고, 외산 AI에만 기대지 않으려는 데이터 주권의 문제의식도 타당합니다. 다만 속도와 방향이 이렇게 분명한데, 그 옆에 있어야 할 다른 하나가 거의 보이지 않아요. 이 모든 걸 누가, 어떻게 감독하느냐는 질문입니다.
탐지와 행동 사이, 사람은 어디에 남나
팔란티어 모델의 본질이 ‘탐지와 행동 사이의 시간을 압축하는 것’이라고 했죠. 이 압축이 군사 AI에서 가장 예민한 대목이에요.
자율무기를 둘러싼 국제 논의의 핵심 개념이 ‘의미 있는 인간 통제(meaningful human control)‘입니다. AI가 표적을 식별하고 공격을 권고하는 속도가 빨라질수록, 사람이 그 판단에 끼어들고 책임질 여지는 줄어듭니다. 민간인을 전투원으로 오인해 공격이 벌어졌을 때, 그 책임은 데이터의 편향 탓일까요, 알고리즘의 결함 탓일까요, 아니면 버튼을 누른 사람 탓일까요.
한국이 이 질문에 답을 모르는 나라는 아니에요.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2024년 9월, 한국은 외교부와 국방부 공동 주최로 서울에서 ‘군사 분야 책임 있는 AI(REAIM)’ 고위급회의를 열어 국제 규범을 주도했어요. 61개국이 채택한 결과물 ‘행동을 위한 청사진(Blueprint for Action)’에는 분명한 원칙이 담겼습니다.
군사 AI의 활용과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인간이 지며 기계에 떠넘길 수 없다는 것, 무력 사용에는 적절한 수준의 인간 통제가 유지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국제 무대에서 한국은 “사람이 책임진다”고 선언했습니다. 그런데 그 선언을 국내에서 강제할 장치는 어디에 있을까요?
세계 최초 규제국이 비워둔 자리
한국은 2026년 1월 ‘세계 최초의 본격적인 AI 규제법’이라 불리는 AI 기본법을 시행했어요. 그런데 이 법에는 큰 구멍이 하나 있습니다. 국방·국가안보 목적으로 개발·이용되는 AI는 법 적용에서 빠져 있어요(제4조).
시행령은 국가정보원장·국방부장관·경찰청장이 지정한 업무, 그러니까 무기체계 개발·운용이나 보안·방첩 같은 영역을 콕 집어 제외 대상에 넣었습니다(시행령 제2조).
군사 AI가 아무 규율도 받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에요. 군 내부 규정도, 국제인도법도, 무기 획득 절차도 있습니다. 비어 있는 건 다른 자리예요.
AI 기본법이 일반 AI에 요구하는 것들, 그러니까 위험관리와 설명가능성 확보, 고영향 AI에 대한 사전 고지 같은 의무, 그리고 시민이 그 작동을 들여다보고 따져 물을 통로가 바로 그 빠진 영역에는 닿지 않습니다. 가장 큰 힘을 다루는 AI가, 정작 시민의 감독 바깥에 놓인 셈이죠.
바로 그 자리에 지금 K-팔란티어가 들어서고 있어요. 네이버가 만들겠다는 지능형 지휘통제 플랫폼도, 국방부가 계획하는 유무인복합전투체계도 여기에 해당합니다.
시민단체의 평가는 날카로워요. 참여연대 등은 AI 기본법이 “국방 또는 국가안보 목적의 인공지능에 대해 적용을 광범위하게 배제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정보인권연구소는 “국방·국가안보 목적 인공지능 시스템은 국민의 생명, 안전, 자유를 본질적으로 침해할 수 있어 하위입법으로 유보할 수 없는 사항”이라고 지적했고요.
그럼 국방 영역을 따로 다룰 법은 있을까요? 국방인공지능법안이 국회에 올라가 있지만, 아직 계류 중입니다. 묘한 건, ‘K-팔란티어를 키우자’던 바로 그 심승배 분과장조차 “현재 AI 기본법이 국방 분야를 포괄하고 있지 않은 만큼 법률을 신속히 제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는 점이에요. 키우자는 말은 빨랐는데, 규율하자는 법은 아직 국회에 멈춰 있습니다.
여기에 한 가지가 더 겹쳐요. AI 기본법의 ‘고영향 AI’ 의무를 피해 가는 통로로, 정부는 “사람의 개입이 있으면 고영향 AI가 아니다”라는 기준을 내놨습니다.
시민단체는 이걸 두고, 실질적으로는 AI 판단에 기대면서 형식적으로만 사람이 관여하는 방식으로 규제를 비껴가게 될 거라고 우려했어요. ‘사람이 끝에 있다’는 약속이 안심의 근거가 아니라 규제의 면제 사유가 되는 구조죠.
그러니 다시 묻게 됩니다. 탐지와 행동 사이의 시간을 압축하도록 설계된 시스템이, AI 기본법의 안전장치 바깥에서, 형식적인 ‘인간 개입’만으로 굴러간다면, ‘의미 있는 인간 통제’는 대체 어디에 남아 있을까요?
우리는 무엇을 환영하고 있나
다시 6월 1일의 헤드라인으로 돌아가 볼게요. “한국형 팔란티어.” 우리는 이 말을 성취로 읽었습니다.
이 글은 네이버를 팔란티어로 단정하려는 게 아니에요. 지금 네이버 국방 AX는 조직 하나와 선언 하나입니다. 아직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았어요. 문제는 네이버의 인성이 아니라, 우리가 그 모델을 부르는 방식과 그 모델을 받을 그릇이에요.
해외에서 인권 논란의 한복판에 선 사업 모델을 ‘데이터 주권’과 ‘성장 동력’으로 번역해 정부가 앞장서 환영하면서, 정작 시민이 그 모델을 감독할 통로는 법에서 비워두고, 사람의 책임은 국제 무대에서만 선언하는 것. 이 세 가지가 지금 같은 시간에 벌어지고 있습니다.
기술을 들이는 건 빠르고, 그 기술을 통제할 규칙을 만드는 건 느려요. 그 간극이 가장 위험해지는 자리가 바로 군사 AI입니다. 우리가 환영할 건 ‘한국형 팔란티어’라는 이름이 아니라, 그 이름이 무엇을 하는지 시민이 끝까지 따져 물을 수 있는 나라겠죠.
당신은 지금 한국이 무엇을 빠르게 들이고, 무엇을 비워뒀는지 보이나요?
FAQ
네이버에 그 이름을 붙인 건 언론이에요. 다만 ‘K-팔란티어 육성’은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분과장과 중소벤처기업부·방위사업청이 먼저 꺼낸 정책 목표입니다.
정보를 표적 좌표로 압축하는 미국의 군사·정보용 AI 기업이에요. 가자·이란 표적 식별과 미국 이민단속(ICE) 작전에 쓰여 국제기구가 인권 침해 사례로 기록한 회사입니다.
아니에요. 2026년 1월 시행된 AI 기본법은 국방·국가안보 목적 AI를 적용에서 제외했습니다(제4조). 국방 영역을 다룰 국방인공지능법안은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이에요.
AI가 표적 식별·공격 권고를 빠르게 할수록 사람이 판단하고 책임질 여지가 줄기 때문이에요. 한국은 2024년 서울 REAIM 회의에서 “책임은 기계에 떠넘길 수 없다”는 원칙을 주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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