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사진가 Miles Astray가 AI 이미지 공모전에 플라밍고 사진을 출품했다. 3위를 수상했다. 그런데 수상 직후, 본인이 직접 공개했다. “이건 실제 카메라로 찍은 사진입니다.” 결과는 실격이었다.
실사 사진이 AI로 오해받고, AI 공모전에서 수상했다가, “진짜”라는 이유로 실격됐다.
우리는 이런 역설의 시대에 살고 있다.
아날로그 시절에도 보정은 했다
사진이 처음부터 있는 그대로인 적은 없었다.
필름 시대, 암실에서 닷징(dodging)은 특정 부분을 밝히는 작업이었고, 버닝(burning)은 어둡게 만드는 작업이었다. Ansel Adams는 암실 작업을 ‘연주’라고 불렀다. 노출 시간, 현상액 농도, 인화지의 종류까지. 이 모든 것이 카메라 앞에 그 장면이 있었다는 사실을 바꾸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대로의 사진”은 없었다.
디지털 시대에도 마찬가지다. 클론 스탬프로 먼지를 지우고, 힐링 브러시로 잡티를 없앤다. Lightroom에서 노출과 색온도를 조정한다. 이것도 보정이다.
그렇다면 생성형 채우기는 무엇이 다른가.
차이는 하나다. 기존 보정 도구는 카메라가 이미 포착한 픽셀을 이동하거나 복사한다. 생성형 채우기는 없던 픽셀을 만든다. 실제로 거기 있지 않았던 장면을 생성한다. 포토저널리즘에서 사진이 증거가 되는 이유는 하나다. 카메라 앞에 그 장면이 실제로 있었기 때문이다. 생성형 채우기는 그 전제를 무너뜨린다.
World Press Photo가 그은 선
2023년, 작가 Boris Eldagsen이 Sony World Photography Awards 창작 부문에서 AI 이미지로 수상한 뒤 상을 스스로 거절했다. “AI와 사진은 같은 경쟁을 해선 안 됩니다.”
이 사건이 방아쇠가 됐다. Pulitzer 수상자 Daniel Etter를 포함한 100명 이상의 사진가들이 서명한 항의 서한이 World Press Photo(WPP)에 전달됐다. WPP는 2024년 대회부터 생성형 채우기를 포함한 AI 생성 이미지를 전면 금지했다.
기준은 이렇게 정해졌다. WPP 공식 규정에 따르면, “카메라가 포착한 정보를 제거하거나, 포착하지 않은 새로운 시각 정보를 도입할 때” 위반에 해당한다.
여기서 의외의 금지 항목이 나왔다. Adobe Super Resolution. AI 기반 업스케일링 툴이다. 이유는 이랬다. “카메라가 담지 않은 새로운 픽셀을 AI가 추론해서 채우기 때문.” 같은 기준으로 Topaz Photo AI 업스케일링도 금지됐다.
그런데 선이 이 지점에서 흐려진다.
| 툴 | WPP 허용 여부 | 이유 |
|---|---|---|
| 생성형 채우기 | 금지 | 없는 장면을 생성 |
| AI 업스케일링 (Super Resolution, Topaz) | 금지 | 없는 픽셀을 생성 |
| AI 노이즈제거 (Lightroom) | 허용 | “새 정보를 추가하지 않는다” |
| AI 마스킹 | 허용 | 선택 도구일 뿐, 내용 변경 없음 |
Lightroom의 AI 노이즈제거는 현재 WPP 기준에서 허용된다. WPP는 다만 자제를 권고한다.
그런데 AI 노이즈제거도 수백만 장의 고노이즈/저노이즈 이미지 쌍으로 학습된 모델을 기반으로 한다. 노이즈를 제거하는 게 아니라, 어떤 픽셀이 있어야 하는지를 추론해서 채운다. 이것이 새로운 정보의 생성인가, 아닌가는 해석의 문제다.
실제로 일부 스톡 에이전시는 AI 노이즈제거 처리 이미지를 AI 생성 이미지로 분류해 거절하기 시작했다. 같은 툴이 어떤 심사위원회에선 통과되고, 어떤 스톡 에이전시에선 걸린다.
기준을 정한 사람들도 아직 합의하지 못했다.
“보면 안다”가 무너지다
사진을 믿었던 근거는 단순했다. 카메라가 빛을 기록하는 도구이기 때문이다. 눈으로 볼 수 있는 장면만 담을 수 있고, 그래서 증거가 됐다.
Reuters Institute의 2024년 연구에 따르면, AI가 생성한 현실적인 이미지에 편안함을 느끼는 응답자는 26%에 불과했다.
2023년 8월, AP(Associated Press)는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AI로 뉴스 이미지를 생성하거나 발행하는 것은 금지한다.”
그러나 생성하지 않아도 문제가 생겼다. 진짜 사진이 AI로 의심받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Miles Astray의 실사 플라밍고처럼.
이 위기에 대응하는 기술적 시도가 있다. C2PA(콘텐츠 출처 및 진위 연합, Coalition for Content Provenance and Authenticity)는 카메라가 사진을 촬영하는 순간 편집 이력과 출처 정보를 파일에 임베딩하는 기술 표준이다. Leica M11-P 등 일부 카메라가 이미 C2PA를 지원한다.
카메라가 스스로 “나는 기계가 만든 것이 아닙니다”라고 서명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것은 도구다. C2PA를 지원하는 카메라를 가진 포토저널리스트는 아직 소수다.
지금 당신의 편집 파일은 어디에 서 있나
Lightroom의 사이드카 파일(.xmp)은 편집 이력을 담는다. 이 파일을 보존하면, 원본 RAW와 편집 과정이 모두 남는다. 공모전이나 에이전시에서 원본 제출을 요구할 때 근거가 된다.
스스로 점검할 수 있는 질문이 있다.
- 내가 지운 것이 카메라가 담은 것인가, 아닌가?
- 내가 추가한 것이 실제로 그 자리에 있었던 것인가, 없었던 것인가?
- AI 툴이 기존 픽셀을 이동했는가, 없는 픽셀을 만들었는가?
이 세 질문에 답할 수 있다면, 당신은 현재 기준에서 어느 쪽에 서 있는지 알 수 있다.
사진과 진실
사진이 진실이었던 시절이 있긴 했는가.
이 질문을 꺼내는 사람들이 있다. 암실에서 Ansel Adams가 닷징과 버닝으로 만들어낸 사진이 그 시절의 ‘진실’이었다면, AI 노이즈제거와 무엇이 다른가.
차이는 아마도 규모와 속도다. 그리고 누구나 쉽게 할 수 있게 됐다는 것.
포토저널리즘이 증거로서의 사진에 의존한 시간은 길다. 그 기반이 지금 흔들리고 있다. 카메라가 찍은 것과 컴퓨터가 만든 것을 구별할 수 없게 되면, 사진은 무엇이 되는가.
당신은 어디에 선을 긋겠는가.
FAQ
World Press Photo는 2024년 대회부터 생성형 채우기를 포함한 AI 생성 이미지와 Adobe Super Resolution, Topaz Photo AI 등 AI 기반 업스케일링 툴을 금지했다. 기준은 “카메라가 포착하지 않은 새로운 시각 정보를 이미지에 추가하는가”다. Lightroom AI 노이즈제거는 현재 허용되지만 자제를 권고한다.
생성형 채우기는 프롬프트나 주변 맥락을 기반으로 없는 장면을 새로 생성한다. AI 노이즈제거는 수백만 장의 이미지 쌍으로 학습된 모델이 노이즈 패턴을 분석해 픽셀을 추론, 복원한다. World Press Photo는 AI 노이즈제거를 현재 허용하지만, 일부 스톡 에이전시는 AI 노이즈제거 처리 이미지도 AI 생성으로 분류해 거절하고 있다.
C2PA(콘텐츠 출처 및 진위 연합)는 콘텐츠의 출처와 편집 이력을 파일에 임베딩하는 기술 표준이다. C2PA를 지원하는 카메라로 촬영하면, 파일에 “이 사진은 카메라로 찍혔고, 이후 어떤 편집을 거쳤다”는 정보가 기록된다. Leica M11-P 등 일부 카메라가 지원하며, 뉴스 미디어와 에이전시에서 채택이 늘고 있다.
2024년 사진가 Miles Astray는 실제 카메라로 촬영한 플라밍고 사진을 AI 이미지 공모전에 출품해 3위를 수상했다. 본인이 “실사 사진”임을 밝히자 실격됐다. 포토저널리즘 AI 진위 기준이 흔들리면서, 진짜 사진도 AI로 오해받는 시대가 됐다는 증거다.
포토저널리즘에서 사진이 증거로 기능하는 전제는 “카메라 앞에 그 장면이 실제로 있었다”는 것이다. 생성형 채우기 등 새로운 요소를 생성하는 AI 편집은 이 전제를 무너뜨린다. AP는 2023년 8월 AI로 생성하거나 편집한 이미지를 뉴스에 사용하는 것을 공식 금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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