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좋은 인재의 기준은 명확했다. 많은 지식을 빠르게 습득하고, 정답을 정확하게 찾아내는 사람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학교 교육도, 기업의 채용도 대체로 그런 능력을 중심으로 설계됐다.
하지만 생성형 AI의 등장 이후 AI 시대 인재상이 등장했다. 정보를 찾고 요약하는 일, 시험 문제를 푸는 일, 정답에 가까운 답을 만들어내는 일은 이제 AI도 충분히 수행할 수 있게 됐다. 이 변화 속에서 기업들은 새로운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AI가 잘하는 것이 늘어난다면, 인간은 무엇을 더 잘해야 하는가?”
AI 시대, 인재의 기준이 달라지고 있다
그렇다면 AI 시대 인재상은 무엇일까?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2026년 5월 KBS 다큐멘터리 ‘인재전쟁2 : 최태원의 대답’에서 이에 대한 답으로 4가지 역량을 제시했다. 그는 이를 생각 근육, 적응 근육, 공감 근육, 그리고 바디 스킬이라고 불렀다.
흥미로운 점은 최태원 회장이 이를 ‘지식’이나 ‘스펙’이 아닌 ‘근육’으로 표현했다는 것이다. AI 시대에 중요한 역량은 한 번 배우고 끝나는 기술이 아니라, 반복적으로 단련하고 꾸준히 길러야 하는 능력이라는 의미에 가깝다.
최태원 회장이 말한 4가지 근육
AI는 방대한 정보를 학습하고 정답에 가까운 답변을 만들어낼 수 있다. 하지만 문제의 본질을 파고들고, 변화에 맞춰 스스로 방향을 바꾸고,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며, 몸을 통해 경험을 축적하는 것은 여전히 인간의 영역에 가깝다.
그래서 최태원 회장은 이를 지식이나 스펙이 아닌 ‘근육’이라고 표현했다. 근육은 한 번 얻는 것이 아니라 꾸준히 단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최태원이 말한 4가지 근육은 각각 무엇을 의미할까.
❶ 생각 근육
“문제의 본질이 무엇인지 스스로 질문하고 사고하는 능력”
생각 근육은 단순히 많이 아는 능력이 아니다. “왜?”라고 묻는 능력이다. 정보를 받아들이고, 의심하고, 연결하고, 스스로 판단해야한다.
생성형 AI는 빠르게 답을 내놓는다. 문제는 그 답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래서 AI 시대에는 정답을 찾는 능력보다 답을 검증하는 능력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AI가 내놓은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과, 그 답이 왜 나왔는지 질문하는 사람 사이의 격차는 앞으로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생각 근육은 AI에게 질문하는 능력뿐만 아니라, AI의 답을 다시 생각하는 능력이 요구된다.
❷ 적응 근육
“AI 시대에는 변화 속도가 매우 빠르기 때문에 지금의 선택이 언제든 달라질 수 있다. 실패 이후에도 다시 적응하고 새로운 선택을 이어갈 수 있는 적응력과 회복력이 중요하다.”
AI 시대에는 변화 자체가 새로운 일상이 되고 있다. 몇 달 전까지 효율적이던 업무 방식이 새로운 AI 도구 하나로 순식간에 바뀌기도 한다. 특정 기술을 오래 보유하는 것보다 새로운 환경을 빠르게 이해하고 다시 배우는 능력이 중요해지는 이유다.
최태원 회장이 말한 적응 근육은 변화를 예측하는 능력이 아니다. 변화가 왔을 때 유연하게 받아들이고 새로운 방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회복력에 가깝다.
AI 시대에 살아남는 사람은 가장 많은 것을 아는 사람이 아니라, 가장 빠르게 배우는 사람일 수 있다.
❸ 공감 근육
최태원 회장은 AI의 공감 능력이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물론 오늘날 AI는 사람을 위로하고 감정적인 대화도 나눌 수 있다. 하지만 공감은 단순히 적절한 말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다. 상대의 맥락을 이해하고 관계를 형성하며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 가깝다. 특히 AI가 반복 업무를 대신할수록 사람에게 남는 일은 협업과 의사결정, 조율과 설득 같은 영역이 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공감 근육은 착한 사람이 되는 능력이 아니라, 다양한 사람과 함께 일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볼 수 있다.
❹ 바디 스킬
“음악, 미술, 스포츠처럼 인간의 신체 활동을 통해 창출한 가치가 사람을 즐겁게 하거나 위로할 수 있다.”
최태원 회장은 음악, 미술, 스포츠처럼 인간의 신체 활동을 통해 만들어지는 가치에 주목했다. 얼핏 보면 AI와 가장 관련이 없어 보이는 영역이다. 하지만 AI가 발전할수록 오히려 몸을 사용하는 경험의 가치는 더 커질 수 있다.
AI는 운동하는 즐거움을 대신 느낄 수 없고, 무대에 올라 연주하는 긴장감도 경험할 수 없다. 여행을 하며 걷고, 악기를 연습하고, 스포츠를 즐기는 과정은 결과물이 아니라 경험 자체에 의미가 있다.
AI는 결과를 생성할 수 있지만, 경험을 대신 살아줄 수는 없다. 바디 스킬이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SK하이닉스, 학벌을 뺀 이유
최태원 회장의 발언이 단순한 강연으로만 들리지 않는 이유는 그 직후 SK하이닉스의 채용 변화 때문이다.
2026년 6월, SK하이닉스는 신입사원 수시채용에서 학력 요건을 삭제했다. 지원자는 학위보다 경험과 직무 역량, 그리고 기업문화 적합성을 중심으로 평가받게 됐다. 물론 학력 제한 폐지는 최근 채용 시장의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하지만 흥미로운 점은 이 결정을 내린 기업이 SK하이닉스라는 사실이다.
SK하이닉스는 AI 시대의 핵심 인프라인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개발하는 기업이다. 다시 말해 AI 혁신이 가장 먼저 일어나는 현장에 있는 회사다. 그런 기업이 인재를 평가하는 기준에서 학벌보다 역량과 경험을 더 중요하게 보기 시작했다는 것은 의미가 크다.
이는 AI 시대에 필요한 능력이 무엇인지에 대한 기업의 판단이 반영된 결과로도 읽힌다. 정답을 많이 알고 있는 사람보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 정해진 길을 따라온 사람보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사람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는 신호다.
그래서 최태원 회장이 말한 생각 근육, 적응 근육, 공감 근육, 바디 스킬은 단순한 미래 전망이 아니다. 실제 기업의 채용 기준에서도 조금씩 반영되기 시작한 변화라고 볼 수 있다.
AI 리터러시가 결국 가르치는 것
최태원 회장은 강연에서 한 가지를 더 강조했다.
“학교는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공간을 넘어 AI와 공존하는 방식을 실험하고 경험하는 플랫폼으로 변화할 필요가 있다.”
이 발언은 교육 시스템에 대한 제안처럼 들리지만, 사실은 AI 시대에 필요한 역량이 무엇인지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많은 사람이 AI 리터러시를 프롬프트를 잘 작성하거나 생성형 AI를 능숙하게 활용하는 능력 정도로 이해한다. 물론 그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최근 교육계와 산업계가 이야기하는 AI 리터러시는 훨씬 넓은 개념이다.
AI의 가능성과 한계를 이해하고, AI가 만든 결과를 비판적으로 검토하며, 인간이 해야 할 판단과 AI에게 맡길 수 있는 일을 구분하는 능력까지 포함한다. 그런 의미에서 최태원 회장이 말한 생각 근육, 적응 근육, 공감 근육, 바디 스킬은 AI 활용 기술 이전에 AI 시대 인간 역량에 대한 이야기라고 볼 수 있다.
생각 근육은 AI의 답을 검증하는 힘이고, 적응 근육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다시 배우는 힘이다. 공감 근육은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힘이며, 바디 스킬은 인간만이 경험할 수 있는 가치를 만들어내는 힘이다. AI가 발전할수록 인간은 AI처럼 생각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것을 더 잘해야 한다.
생각하고, 적응하고, 공감하고, 몸으로 경험하는 것.
최태원이 말한 4가지 역량은 AI 시대의 새로운 스펙이 아니라, 기술이 발전할수록 더욱 중요해지는 인간의 기본기일지 모른다.
FAQ
2026년 5월 28일 방영된 KBS1TV 다큐멘터리 ‘인재전쟁2 : 최태원의 대답’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직접 강연한 내용이다.
공식 이유는 “복잡한 문제를 창의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인재를 발굴하기 위한 채용 기준 혁신”이다. 지원 기준은 경험, 직무 역량, 기업문화 적합성으로 대체됐다.
AI 리터러시는 AI를 잘 쓰는 기술적 능력만을 뜻하지 않는다. AI가 대체할 수 없는 인간의 역량을 이해하고 개발하는 것도 AI 리터러시의 핵심이다. 최태원 회장의 4대 근육론은 그 역량 목록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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