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우리는 Anthropic CEO 다리오 아모데이가 자신의 회사를 규제해 달라고 요청한 글을 다뤘다. 이번엔 구글 딥마인드 CEO 데미스 하사비스 차례다. 하사비스는 2026년 7월 14일(화) 자신의 X 계정과 Substack에 “A Framework for Frontier AI and the Dawn of a New Age“라는 제목의 장문 에세이를 동시에 게재했다.
AI 기술을 가장 앞서 개발하는 주체들이 정작 자신들의 손을 묶어 달라고 자청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행보가 연이어 반복되는 것은 단순한 개인의 소신을 넘어 업계 전체가 보내는 강력한 제도화의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하사비스가 전망하는 ‘새로운 시대’
하사비스는 인간 뇌가 가진 모든 인지 능력을 갖춘 시스템인 AGI가 수년 내에 도래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 그는 이 기술을 인터넷이나 모바일이 아닌 전기나 불의 발견에 비유하며, 이렇게 썼다.
“우리는 결국 모래가 생각하게 만드는 방법을 찾아냈다.
이는 기적 같은 일”
동시에 그는 이 기술이 신약 개발, 청정에너지, 신소재 개발 등 인류가 오랫동안 해결하지 못한 난제들을 해결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전망한다. 다만 사이버 보안 위협은 이미 시작되었으며,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생물학적·핵무기 관련 위험이 뒤따라올 수 있다고 경고한다.
FINRA 모델의 AI 심사기구 작동 방식
그가 제안하는 기구의 명칭은 ‘프론티어 AI 표준 기구(Frontier AI Standards Body)’다. 이는 미국 금융산업규제청(FINRA)을 모델로 삼는다. FINRA는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감독을 받지만 운영은 민간 및 업계의 재원으로 이루어지는 자율규제기구다. 구체적인 작동 방식은 다음과 같다.
- 자발적 사전 심사
초기 단계에는 프론티어 랩들이 모델 출시 최대 30일 전에 자발적으로 심사를 받는다. - 4대 심사 영역
심사는 ① 사이버 보안, ② 생물학적 무기 전용 가능성, ③ AI 통제 상실 위험, ④ 자율적 R&D(AI가 스스로 더 강력한 AI를 개발하는 위험) 등 4개 카테고리로 진행된다. - 의무화 전환
심사 체계의 효과성이 검증되면 신속하게 의무 제도로 전환되며, 이후 프론티어 모델은 이 심사를 통과해야만 미국 시장에 출시할 수 있다. - 이사회 구성
이사회는 튜링상 수상자를 포함한 독립 기술 전문가가 다수를 차지하며, 업계·정부·오픈소스 진영의 대표도 함께 참여한다.
이 규정은 개발 주체의 국적이나 오픈소스·클로즈드소스 여부와 무관하게, 기준을 충족하는 모든 프론티어급 모델에 적용된다.
제안의 배경은? 즉흥적 규제가 남긴 후유증
이 제안은 갑작스럽게 제기된 것이 아니다. 지난달 미국 정부가 앤트로픽의 최신 모델에 수출통제 조치를 내렸다가 약 2주 반의 협상 끝에 이를 철회한 사건이 있었다. 명확한 규칙이나 절차 없이 즉흥적으로 이루어진 조치였으며, 이 과정에서 OpenAI 역시 정부와 별도로 모델 출시 조건을 조율해야 했다.
하사비스는 인터뷰를 통해 이 사건을 ‘일종의 경종’이라 언급하며, 워싱턴 정가에 즉흥적 지시보다 더 견고한 제도적 틀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준 계기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의 AI발 사이버 위험을 ‘경고 사격’이라 칭하며, 18개월 안에 정부의 통제 밖에 있는 오픈소스 모델에도 사이버·생물·핵 관련 위험 능력이 탑재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더 근본적인 위험은 오픈소스가 아니라 주요 랩들의 미래형 독점 모델에서 비롯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아모데이와 하사비스의 차이는?
두 대표의 입장은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제미나이(Gemini)와 클로드(Claude)를 만든 두 대표 모두 이제 워싱턴이 자신들을 규제해야 한다는 점에는 동의한다. 다만 그 권한을 실질적으로 누가 쥐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 다리오 아모데이(Anthropic) | 데미스 하사비스(Google DeepMind) |
|---|---|
| 미국 연방항공청(FAA)처럼 정부가 직접 구속력 있는 권한을 갖는 기구를 요청한다. | FINRA처럼 정부의 감독 아래에 두되, 운영과 자금은 업계가 책임지는 자율규제 구조를 선호한다. |
양측 모두 ‘제3자 검증 없이는 출시 불가’라는 최종 목적지에는 뜻을 같이하지만, 검증을 주도할 주체를 설정하는 방식에서 차이를 보인다.
남겨진 과제는?
모두가 이 제안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백악관 수석 AI 정책 고문을 지낸 스리람 크리슈난은 퇴임 직후 인터뷰를 통해 “AI를 위한 FDA 같은 기구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며 정부 주도의 AI 규제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아울러 업계의 자금으로 운영되는 자율규제기구가 실제로 업계에 불리한 결정, 즉 개발 속도를 늦추는 결정을 내릴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다. 하사비스 본인도 “상황이 심각해지면 조율된 속도 완화까지 갈 수 있다”고 기술했으나, 그 판단을 내릴 주체가 결국 업계 대표를 포함한 기구 자체라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 AILIT'S COMMENT
두 거대 AI 기업의 수장이 두 달 사이에 연이어 자신들을 검증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를 순수한 공익적 차원의 호소로 볼지, 혹은 경쟁사보다 먼저 규제 장벽을 구축하여 시장에서의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플랫폼 선점 전략으로 볼지에 대해서는 해석이 갈릴 수 있다.
그러나 확실한 점은 AI 리터러시의 영역이 이제 'AI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넘어 '인류가 AI에게 어떠한 규칙을 요구하고 이를 통제할 것인가'라는 사회적 합의의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FAQ
구글 딥마인드의 공동 창립자이자 CEO입니다. 단백질 구조 예측 AI인 알파폴드(AlphaFold) 연구로 2024년 노벨 화학상을 공동 수상했습니다.
아니요, 아직 제안 단계입니다. 하사비스는 미국 행정부와 다른 AI 기업 대표들에게 사전에 이 구상을 설명해왔고, 연내(2026년 말) 출범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습니다. 실제 법제화 여부는 미국 정부와 의회의 결정에 달려 있습니다.
목표는 같습니다. 제3자 검증 없이는 프론티어 모델을 출시할 수 없게 만드는 것. 차이는 구조입니다. 다리오는 정부가 직접 구속력 있는 권한을 갖는 FAA식 기구를, 하사비스는 정부 감독 아래 업계가 자금을 대고 운영하는 FINRA식 자율규제기구를 제안합니다.
있습니다. 백악관 AI 자문역인 스리람 크리슈난은 “AI를 위한 FDA는 없을 것”이라며 정부 주도 규제에 회의적인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업계 자금으로 운영되는 기구가 얼마나 독립적일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됩니다.
이 프레임워크는 개발 주체의 국적과 무관하게 기준을 충족하는 모든 프론티어급 모델에 적용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반도체 공급망과 AI 개발 양쪽에 걸쳐 있는 한국 기업들이 향후 이 인증 체계와 어떻게 연결될지는 지켜볼 지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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