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상 봤어? 의사 선생님이 나와서 이걸 먹으면 혈압이 잡힌다고 하던데. 언니가 보내줬어.”
부모님 카카오톡 단톡방에 하루에도 몇 개씩 올라오는 영상들. 뉴스처럼 생긴 화면에 앵커가 나와서 자신 있게 말하고, 유명 의사처럼 보이는 사람이 특정 제품을 추천하고, 저명한 정치인이 충격적인 발언을 하는 영상들.
문제는 이 중 상당수가 AI가 만든 가짜라는 거예요.
단톡방이 뉴스 생태계가 된 한국
한국언론진흥재단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25‘에 따르면, 60대 이상의 53%가 유튜브로 뉴스를 소비합니다. 조사 대상 48개국 평균(약 25%)의 두 배에 달하는 수치죠.
유튜브에서 본 영상은 카카오톡 단톡방으로 다시 유통됩니다. 단톡방에서 온 콘텐츠는 유튜브 댓글보다 훨씬 강한 신뢰를 받습니다. “모르는 사람”이 아니라 “아는 사람”이 보내줬으니까요.
그런데 유튜브 알고리즘은 사실 여부를 따지지 않습니다. 더 많이 클릭되고, 더 오래 시청되는 영상을 추천하죠. 자극적일수록, 분노하거나 공포를 느낄수록 영상을 오래 보게 됩니다. 이 구조가 AI 가짜뉴스를 유통시키는 토양이 됩니다.
AI 가짜뉴스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실제 사례를 볼게요.
2025년 1월, 경향신문은 유튜브 채널 ‘HMN뉴스’를 단독 보도했습니다. 이 채널은 기존 영상과 보도물을 짜깁기한 뒤 AI로 생성한 기자 목소리를 입혀 ‘뉴스’를 만들었죠. “선관위 체포된 중국인 99명 CCTV 영상”이라는 제목의 영상은 사흘 만에 96만 조회수를 기록했고, 카카오톡·텔레그램 단톡방을 통해 광범위하게 퍼졌습니다. 이미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된 정보였지만요.
AI 이미지와 영상 생성 능력이 비약적으로 발전되면서, 전문 기술이 없어도 누구나 이러한 AI 가짜뉴스를 만들어낼 수 있게 됐습니다. 아래는 위 가짜뉴스 내용을 GPT Image 2로 재현해 생성한 이미지입니다. 비판적인 시각이 없다면, 속기 쉬운 정교한 이미지죠. 하지만 잘 들여다보면, 패턴이 있습니다.

AI 가짜뉴스의 주요 패턴
패턴 ① AI 앵커·기자 채널
뉴스 형식의 화면에 AI가 생성한 앵커나 기자 목소리가 나오는 경향이 있습니다. 로고도, 자막도, 진행 방식도 실제 방송과 비슷하죠. 하지만 팩트체크 과정은 없고, 사실 확인 없이 자극적인 내용을 다뤄요.
패턴 ② 딥페이크 유명인
실존하는 의사, 연예인, 정치인의 얼굴을 합성해서 그들이 특정 발언을 하는 것처럼 만듭니다. “유명 의사가 이 약은 절대 먹지 말라고 했다” 같은 영상들입니다.
패턴 ③ 감정 자극형
분노, 공포, 애국심을 건드립니다. 충격적인 내용일수록 확인 없이 공유하고 싶어지는 심리를 이용합니다. “이걸 모르면 당신도 속는다”, “정부가 숨긴 사실” 같은 제목이 특징입니다.
딥페이크 영상 식별 가이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2024년 10~11월 전국 성인 597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41.9%가 딥페이크 가짜뉴스를 판별하지 못한다고 답했어요. 10명 중 4명이 구별 못 한다는 얘기예요. 이건 젊은 세대를 포함한 전체 성인 기준인데요. 지금은 이때보다 더 교묘해졌죠.
완벽하게 판별하는 건 전문가도 어려워요. 하지만 다음 체크리스트로 의심해볼 수 있어요.
✔ 입 모양과 발음이 미세하게 어긋나나요?
말하는 내용과 입의 움직임이 완벽하게 맞지 않는 느낌이 들면 의심해보세요.
✔ 눈 깜빡임이 부자연스럽거나 너무 적은가요?
자연스러운 사람은 보통 3~4초마다 눈을 깜빡여요. 딥페이크는 이게 이상한 경우가 있어요.
✔ 얼굴 윤곽이 배경과 어색하게 합성돼 있나요?
머리카락 경계, 귀 주변, 목과 몸통의 경계가 약간 흐릿하거나 어색하면 의심해보세요.
✔ 영상 출처가 어디인가요?
방송국 공식 유튜브 채널인지, 비슷한 이름의 낯선 채널인지 확인해요. 구독자 수, 채널 개설일도 살펴보세요.
✔ 다른 언론사에서도 같은 내용을 보도하나요?
충격적인 내용이라면 여러 언론사에서 동시에 다뤄야 해요. 한 채널에서만 나왔다면 의심해보세요.
단톡방 정보 처리 3원칙
부모님 스마트폰에 직접 저장해드려도 좋아요.
📱 단톡방 뉴스 확인 3원칙
1️⃣ 받은 즉시 공유하지 않기
충격적일수록, 화가 날수록 일단 멈추기
2️⃣ 네이버·구글에 제목 + "사실확인" 직접 검색하기
이미 팩트체크된 경우가 많아요
3️⃣ 출처가 불분명하면 공유하지 않기
알 수 없는 사이트 URL이면 그냥 보기만 하기
부모님이 보내신 영상이 가짜인 것 같을 때
이게 제일 어려운 부분입니다. “엄마가 보내준 게 가짜야”라고 직접 말하면 갈등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죠.
❌ 이렇게 하면 관계가 불편해져요
“엄마, 이거 가짜야. 왜 확인도 안 하고 보내?”
▶️ 창피함, 방어심, 거리감이 생깁니다.
✅ 이렇게 해보세요
“엄마, 나도 이거 봤는데 찾아봤더니 팩트체크가 됐더라고. 같이 볼게.”
▶️ 함께 확인하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만들 수 있습니다.
“이런 영상은 요즘 AI로 만드는 게 많대. 내가 확인하는 법 알려줄게.”
▶️ 기술을 탓하고, 부모님을 탓하지 않는 방향입니다.
부모님에게 해드려야 하는, 가장 중요한 것
AI 가짜뉴스를 막는 가장 좋은 방법은 부모님을 ‘차단’하는 게 아니에요. 자녀가 정보 판단의 동반자가 되는 겁니다. “이거 이상해 보이는데?”라고 부모님이 자녀에게 먼저 물어볼 수 있는 관계를 만드는 것.
단톡방에 도는 영상이 AI가 만든 건지, 진짜인지. AI 기술 발전으로 누구라도 100% 구별하기 어려운 시대가 됐습니다. 하지만 일단 의심하고, 확인하고, 그리고 공유하는 순서만 바꿔도 가짜뉴스의 확산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오늘 저녁, 부모님 단톡방 얘기를 한 번 꺼내보시는 건 어떨까요?
FAQ
딥페이크 탐지 앱들이 있지만, 현재 기술 수준에서는 정확도가 완벽하지 않아요. 앱 하나에 의존하기보다 ‘출처 확인 + 교차 검색’이 현실적으로 더 효과적인 방법이에요.
“이 영상이 AI가 만든 가짜라는 내용을 봤어요”라고 자연스럽게 링크와 함께 알려드리세요. 창피함을 주지 않는 것이 중요해요. 팩트체크 결과 링크를 “참고로 보내줄게요”라고 하면 방어적인 반응을 줄일 수 있어요.
유튜브에는 KBS, MBC, 연합뉴스 같은 공식 언론사 채널이 있어요. 문제는 뉴스처럼 보이지만 팩트체크 없이 만들어진 채널들이에요. 구독자 수, 채널 개설일, 운영 주체를 확인하는 습관이 도움이 돼요.
몇 가지 신호가 있어요: 출처가 불분명하거나 비슷한 이름의 모방 채널, 앵커나 기자의 목소리가 약간 기계적으로 들리는 느낌, 다른 언론사에서는 같은 내용을 보도하지 않는 경우, 제목이 지나치게 자극적인 경우 등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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