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tGPT에 질문을 하나 입력할 때마다, 어딘가 데이터센터에서 칩 하나가 달아오른다. 그 칩 안에 SK하이닉스나 마이크론이 만든 HBM 메모리가 들어 있다.
2025년, SK하이닉스의 연간 영업이익은 47조 원을 넘겼다. (SK하이닉스 공식 실적 발표) 영업이익률이 49%다. 1,000원 팔면 490원이 남는다는 뜻이다.
마이크론은 더 가파르다. 2026년 6월 발표된 단 한 분기 매출이 415억 달러(약 57조 원)였다. 전년 동기 대비 346% 성장이다. 영업이익률은 81.2%, 총이익률은 84.9%로 모두 회사 창립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마이크론 공식 실적 발표 FQ3 2026) 다음 분기 매출 가이던스는 500억 달러(약 69조 원)다.
SK하이닉스의 1년치 영업이익(47.2조 원)과 맞먹는다.
두 회사의 공통점은 HBM이다. AI 서버에 들어가는 고대역폭 메모리 칩이다. AI가 커질수록 HBM 수요도 커진다. 공급은 한정돼 있고, 수요는 폭발하고 있다.
서비스 쪽도 마찬가지다. OpenAI의 연간 매출은 2025년 말 기준 20억 달러(약 27조 원)를 기록했고, 2026년에는 40조 원 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 (PYMNTS)
AI는 조용히, 빠르게, 엄청나게 커졌다.
이 돈은 지금 어디 가고 있나
SK하이닉스는 2025년 배당금을 주당 1,500원으로 올렸다. 연간 주주환원 총액은 1조 원 규모다. (SK하이닉스 공식 실적 발표) 동시에 2026년 설비투자는 30조 원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도 내놨다.
마이크론은 한 걸음 더 나아갔다. 고객사들과 5년짜리 장기 공급 계약(SCA)을 16건 체결했고, 계약 잔액은 약 1,000억 달러(약 138조 원)에 달한다. 고객사로부터 현금 선수금 22억 달러(약 30조 원)도 받기로 했다. 반도체 회사가 사실상 선불로 돈을 받는 구조다.
주주에게 배당하고, 다음 세대 칩을 만들기 위해 공장을 짓고, 장기 계약으로 수익을 고정한다. 기업으로선 당연한 논리다.
하지만 이 이익이 어디서 왔는지 거슬러 올라가면, 구조가 복잡해진다. 전 세계 수억 명이 AI를 쓰면서 만들어낸 데이터 덕분에 AI 서비스가 성장했고, AI 서버 수요가 폭발했고, 그 칩을 만드는 회사가 돈을 벌었다. 사용자들이 간접적으로 기여한 사슬이다.
그 이익의 일부가 사회로 돌아와야 하지 않냐는 질문이 나오기 시작했다.
한국에서 먼저 제안이 나왔다
2026년 5월, 김용범 대통령 정책실장이 이 질문을 공개적으로 꺼냈다(머니투데이).
이름은 ‘국민배당금’이다. AI 반도체 기업들의 초과 이익에 세금을 더 물려, 청년 창업 지원, 농어촌 기본소득, 예술인 지원, 노인 연금 등에 쓰자는 제안이었다.
비유는 노르웨이에서 가져왔다. 노르웨이는 1990년대부터 석유 수출 수익을 국부펀드에 쌓아왔다. 지금 그 규모는 1,700조 원을 넘는다(TechCrunch). 한국의 AI 반도체 수익도 그런 방식으로 사회의 자산이 될 수 있다는 논리다.
아직 정식 정책은 아니다. 제안 수준에서 공론이 시작됐다.
미국에서도 같은 말이 나왔다
공교롭게도 한 달 전인 2026년 4월, OpenAI가 13페이지짜리 정책 제안서를 발표했다(TechCrunch).
핵심은 세 가지였다.
첫째, 로봇세.
AI가 사람 대신 일을 하면 기업이 세금을 낸다는 아이디어다. 빌 게이츠가 2017년 처음 제안했고, OpenAI가 다시 꺼냈다.
둘째, 공공 자산 펀드.
노르웨이 국부펀드처럼 AI 기업 수익 일부를 모아 시민 모두에게 배분하는 구조다. 주식시장에 투자하지 않아도 AI 경제에서 몫을 가질 수 있게 된다.
셋째, 주4일제.
AI 생산성 향상의 열매를 노동시간 단축으로 나누자는 방향이다.
돈을 버는 당사자인 OpenAI가 “우리한테 세금 더 걷어라”고 한 셈이다. 타이밍이 묘하다.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있었다.
반론도 있다
경제계는 투자 위축을 걱정한다. AI 산업이 아직 글로벌 경쟁 초기 단계이고, 지금 과세 부담이 늘면 기업들이 투자를 줄이거나 해외로 이전할 수 있다는 논리다.
학계에서도 엇갈린다. AI세만으로는 구조 변화에 필요한 재원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있고, 세금이 아니라 국가가 AI 기업 지분을 직접 갖는 방식이 더 효율적이라는 제안도 나왔다(Brookings Institution).
‘어떻게 걷느냐’보다 ‘어디에 쓰느냐’가 더 복잡한 문제이기도 하다. 국민배당금을 현금으로 나눌지, 공공서비스에 투자할지, 재교육에 쓸지에 따라 효과가 완전히 달라진다.
지금 묻고 있는 중이다
삼성과 SK하이닉스 덕분에 국세수입이 사상 처음 500조 원을 넘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헤럴드경제).
이 돈을 국가 채무 상환에 쓸지, 미래 세대를 위해 쌓아 둘지, 지금 당장 사회에 배분할지는 아직 결론이 없다.
AI가 일자리를 대체하는 속도와 AI가 만드는 부의 규모를 함께 생각하면, 이 논의가 왜 지금 나오는지는 이해할 수 있다(AI가 해고하면 회사도 망한다).
노르웨이는 석유를 발견했을 때, 어떻게 쓸지를 먼저 정했다. 한국은 디지털 유전을 이미 가지고 있다. 그 수익을 어떻게 쓸 것인지를 묻는 시간이 시작됐다.
FAQ
AI 반도체나 AI 서비스 기업의 초과 이익에 세금을 부과하고, 그 재원을 국민에게 직접 배분하는 제도를 말한다. 2026년 5월 한국의 김용범 대통령 정책실장이 공론화한 개념으로, 아직 공식 정책은 아니다.
SK하이닉스는 AI 서버의 핵심 부품인 HBM 메모리 시장을 선도하고 있으며, 2025년 영업이익 47조 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AI 인프라를 물리적으로 공급하는 기업이기 때문에 AI 호황의 수혜가 수치로 명확히 드러난다.
마이크론은 2026년 6월, 단 한 분기에 매출 57조 원을 올렸다. 전년 동기 대비 346% 성장이고, 영업이익률은 81%로 역대 최고였다. 한국 기업만이 아니라 미국 기업도 같은 AI 메모리 호황에서 동일한 이익 구조를 보여주는 사례다.
자동화로 일자리가 줄면 세수도 줄고 소비도 줄어 경제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 OpenAI는 AI가 사람을 대체할 때 기업이 상응하는 세금을 내면, 그 재원으로 일자리 전환 지원과 사회 안전망을 강화할 수 있다고 봤다.
AI 산업이 아직 글로벌 경쟁 초기 단계라는 점을 든다. 지금 과세 부담이 늘면 기업들이 투자를 줄이거나 해외로 이전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 한국의 AI 경쟁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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