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오픈AI 창립자 카파시가 코드 대신 지식을 조작하기 시작한 이유
2026년 4월, AI 세계에서 꽤 무거운 이름을 가진 사람이 X(트위터)에 글 하나를 올렸습니다. 안드레이 카파시(Andrej Karpathy). 오픈AI 창립 멤버 중 한 명이었고, 테슬라 AI 디렉터를 지낸 사람입니다. “바이브 코딩(vibe coding)”이라는 말을 만든 것으로도 알려져 있는데, AI에게 원하는 걸 말로 설명하면 코드를 알아서 짜게 두고, 과정보다 결과에 집중하는 개발 방식입니다.
그 카파시가 올린 글의 내용은 짧았지만 함의가 컸습니다. 요지는 이랬습니다. 자신이 요즘 AI를 쓰는 방식이 달라졌다. 코드를 만드는 데 쓰던 시간의 대부분을, 이제는 지식을 정리하고 구조화하는 데 쓰고 있다.
AI 개발자 중에서도 최상위에 있는 사람이 AI를 쓰는 방식이 바뀌었다는 선언입니다. 이게 왜 중요한지 찬찬히 풀어보겠습니다.
카파시의 시스템은 구조가 단순합니다. 두 개의 층으로 나뉩니다.
첫 번째 층은 raw/ 폴더입니다. 논문, 기사, 웹페이지, 데이터셋, 이미지 같은 날것의 원자료가 쌓이는 곳입니다. 카파시는 읽고 싶은 것, 나중에 참고할 것, 흥미로운 것을 전부 여기에 던져넣습니다. 정리는 하지 않습니다. 그냥 쌓습니다.
두 번째 층은 AI가 만들어주는 위키(wiki)입니다. AI가 raw/ 폴더에 쌓인 자료를 읽고, 요약을 쓰고, 개념 간의 연결을 만들고, 백과사전 형식의 설명글을 자동으로 생성합니다. 사람이 메모를 쓰고, 분류하고, 링크를 다는 작업을 AI가 전부 대신 하는 겁니다. 카파시 본인은 위키의 내용을 직접 편집하거나 추가하지 않습니다. AI가 모든 걸 씁니다.
도서관에 비유하면 이렇습니다. 기존 방식은 내가 직접 책을 읽고, 내용을 요약하고, 관련 책끼리 묶어서 분류하는 겁니다. 카파시의 방식은 책만 사다 나르고, 나머지는 AI 사서에게 맡기는 겁니다. 그 AI 사서는 책을 설명하는 새 책을 계속 쓰면서 도서관을 스스로 진화시킵니다. 인간은 사서가 정리해놓은 도서관에서 질문만 던집니다.
여기서 카파시가 말하는 핵심이 나옵니다. 수집은 AI, 사유는 인간.
이게 단순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꽤 큰 전환입니다. 기존에 많은 분들이 AI를 쓰는 방식은 반대였습니다. 내가 이미 읽고 정리한 것을 AI에게 설명하고 AI의 답을 받아 적는 식이었죠. 카파시는 그 순서를 뒤집었습니다. 날것의 자료를 AI에게 먼저 던지고, AI가 정리해준 것을 내가 읽으면서 질문을 만드는 겁니다.
이 방식이 작동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지식의 본질은 수집이 아니라 사유이기 때문입니다. 논문 100편을 읽었다고 해서 그 분야를 아는 게 아닙니다. 그 100편이 서로 어떻게 연결되는지, 어디서 충돌하는지, 어떤 질문을 남기는지를 생각할 수 있어야 비로소 아는 겁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수집하는 데 에너지를 다 써버리고 사유할 여력이 남지 않습니다. 카파시는 수집을 AI에게 넘김으로써, 사유에 쓸 수 있는 시간과 에너지를 확보한 겁니다.
물론 카파시의 시스템을 그대로 따라 하기는 어렵습니다. 카파시 본인도 인정했습니다. 지금 이 시스템은 직접 만든 스크립트와 플러그인의 조합이라 기술적인 배경이 없으면 설정 자체가 어렵다고. 하지만 개념은 누구나 가져올 수 있습니다. 복잡한 도구 없이, 오늘 당장 실천할 수 있는 가장 작은 버전이 있습니다.
그게 마크다운 메모입니다.
카파시가 옵시디언(Obsidian)이라는 도구를 쓰고, raw/ 폴더에 마크다운 파일을 쌓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마크다운은 AI가 읽기 가장 좋은 형식이고, 저장하는 데 아무 비용이 들지 않으며, 어떤 기기에서도 열립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 내가 쓴 텍스트가 그대로 AI에게 전달됩니다. 중간에 불필요한 정보가 끼어들지 않습니다.
다음 파트에서는 마크다운이 정확히 무엇인지, 왜 노션이나 구글독스 대신 마크다운을 써야 하는지 설명하겠습니다. 어렵지 않습니다. 사실 지금 이 강의를 읽고 있는 것만으로도 마크다운을 절반은 이해하신 겁니다.
FAQ
그대로 따라 하기는 어렵습니다. 카파시 본인도 인정했듯이, 현재 그의 시스템은 직접 만든 스크립트와 플러그인의 조합이라 기술적 배경이 없으면 설정 자체가 어렵습니다. 하지만 개념은 누구나 가져올 수 있습니다. raw 폴더에 자료를 쌓고, AI에게 정리를 맡기고, 인간은 질문에 집중하는 구조. 이 원칙은 마크다운 파일과 클로드만 있으면 오늘 당장 시작할 수 있습니다.
조건이 있습니다. AI가 정리해준 내용을 읽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물리학자 파인만이 말했듯 “자기 말로 설명할 수 없으면 모르는 것”입니다. AI 요약을 읽은 뒤 내 말로 질문 하나를 만들어낼 수 있어야 비로소 내 것이 됩니다. 카파시 방식의 핵심은 수집을 AI에게 넘기되, 사유는 반드시 인간이 하는 것입니다. 질문 없이 읽기만 하면 착각적 이해로 끝납니다.
처음에는 분류 없이 쌓는 게 낫습니다. 파일이 50개 이하일 때는 날짜+키워드 파일명만으로 충분히 관리됩니다. 폴더 분류에 에너지를 쓰다가 정작 저장을 안 하게 되는 게 더 나쁩니다. 카파시도 처음엔 그냥 던져넣고, 위키가 커지면서 AI가 인덱스 파일을 자동으로 만드는 구조로 발전시켰습니다. 시스템은 쓰면서 진화시키는 겁니다.
쓰고, 수정하고, 연결하고, 구조화하는 방식으로 지식을 다룬다는 뜻입니다. 지식을 수동적으로 소비하는 게 아니라 능동적으로 편집하고 재구성하는 행위입니다. AI가 raw 자료를 위키로 컴파일하고, 인간이 그 위키를 읽으며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이 다시 새로운 자료 수집으로 이어지는 순환 구조가 카파시가 말하는 지식 조작의 실체입니다.
제텔카스텐과 세컨드 브레인은 인간이 직접 메모를 쓰고, 연결하고, 구조화합니다. 시스템의 품질이 인간의 노력에 비례합니다. 카파시 방식은 그 노동을 AI에게 넘깁니다. 인간은 자료를 던져넣고 질문만 합니다. 장점은 진입 장벽이 낮고 속도가 빠르다는 것이고, 한계는 AI가 만든 연결이 인간의 직관적 연결만큼 깊지 않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두 방식은 경쟁이 아니라 보완 관계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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